▲ 박명환 | ||
승엽이형은 스타라고는 하지만 평상시엔 전혀 스타답지 않다. 스타라면 사적인 자리라고 해도 옷을 갖춰 입거나 신경 써서 입어줘야 하는데 정말 대충 입고 다닌다. 좋게 말하면 소박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촌스럽다. 내 옷도 많이 갖다 입었다. 빈 손으로 서울 올라와서는 옷 내놓으라고 우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정도 돈을 벌면 명품으로 빼입을 만도 한데 외국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다. 아마 지금도 명품 옷을 갔다줘도 그게 명품인지 모르고 입을 것이다.
승엽이형과는 음주가무보다는 PC방에서 오락을 하거나 당구치는 걸 즐겨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밤 12시에 당구장에 갔는데 딱 한 시간만 치자고 한 것이 새벽 2시를 넘어갔다. 이유는 내가 형 돈을 8만원이나 땄기 때문이다.
돈을 잃자 형의 승부욕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포기할 줄을 모르고 계속 “Go!”를 외친 것이다. 결국 승부는 6시간만에 끝났다. 내가 딴 8만원이 다시 형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뒤에야 게임 아웃을 선언한 것이다. 새벽 6시가 되자 자기가 돈을 되찾았으니 밥 사주겠다고 하면서 나서는데 다리가 아파서 밥 먹을 기운조차 없었다.
가끔 형이 서울 올라오면 형수 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조른다. 아마도 총각 시절의 향수 때문일 것이다. 형수한테 미안해서 절대 안된다고 거절하지만 형을 보면 결혼 일찍 한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