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당초 유수홀딩스의 지하1층에는 직원식당과 업무시설, 그리고 의원들이 용도신청을 낸 상태였다. 그러던 것을 직원식당을 둘로 나누어 케더링업체 A 사와 대형음식점 B 사에 임대 등의 계약을 맺고 용도변경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관리기관인 영등포구청과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사용승인처리 통보에 따라 지하1층 의료시설 475.96m²와 51.7m²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일반음식점) 527.66m²로 용도변경을 했다. 하지만 이 음식점의 면적은 이보다 두 배가량 넓은 규모로 건축물 현황에 남겨져 있는 의료시설의 상당부분을 용도변경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1종과 제2종은 오폐수처리 및 소방방재 등 각종 세금과 시설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제연 및 환풍시설 등의 비용은 제2종이 제1종보다 더 들어간다. 오폐수처리 등에선 그 차이가 더 크다. 당연히 세금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 건물에 임대 중인 B 음식점은 대형 씨푸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성업 중이다. 유수홀딩스는 임대계약에만 관여했을 뿐 인테리어 등 내부 증축 문제와 관련해서는 B 음식점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음식점 대표는 여의도 정재계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로 용도변경이나 각종 의무시설 부실 등을 모르거나 실수로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용도변경 통보를 한 뒤 위생과와 소방서 등 각 담당부서나 기관이 현장 확인을 하게 되어 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당 건물에 대해서는 서류상 하자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현장 확인 여부에 대해선 담당부서간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마저 보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만약 불법 또는 편법 여부에 따라 현장 감독이나 관리가 부실했거나 건축사나 건물주 등과 담당 공무원 간의 특혜비리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각종 편법으로 인한 탈세 의혹도 되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시설 비중을 단계적으로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서 다시 일부만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는 것을 두고 최초 의료시설로 받은 세제 및 시설비 절감 등의 혜택을 편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감독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수홀딩스가 푸드타운 콘셉트로 지은 테라스원. 박은숙 기자
최근 여의도의 맛집 메카로 떠오른 테라스원의 소유주는 최 회장이 대표인 유수홀딩스다. 최 회장이 컨설팅까지 받은 후 야심차게 추진해온 사업이 테라스원, 바로 외식업 관련 사업이었다. 특히, 최 회장은 임대사업에 중점을 두고 사옥마저 임대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경영권 분쟁을 거쳐 한진해운의 경영권이 최 회장에게서 시아주버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로 넘어간 후 최 회장은 유수홀딩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식사업에 진출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가 위치한 한진해운 빌딩 바로 옆 주차장 부지였던 곳에 ‘테라스원’이란 푸드타운을 건립했다. 테라스원은 유수홀딩스의 자회사 몬도브릿지의 커피브랜드 ‘카페 콜론’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외식업체들이 들어서 있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여의도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적자였던 유수홀딩스의 실적은 자회사 실적 증가 및 임대료 수입 증가 등으로 지난해 흑자로 전환됐다. 최 회장이 임대업에 ‘올인’할 만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매출증대를 위해 용도변경 절차 등을 편·불법으로 임대사업 영위에 이용하는 것은 최근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해운업계 불황이 절정에 달하며 극심한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고액의 연봉을 챙기고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의 2013년 한 해 연봉은 한진해운 17억 원, 한진해운홀딩스 12억 원 등 총 29억 원가량이었다. 2014년에는 퇴직금 포함 57억 550만 원을 받았다.
최 회장의 도의적 책임론이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다. 정작 최 회장은 한진해운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주부였던 자신이 (해운경영과 사회구조 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주부여서 음식장사와 가게세 받는 것은 잘하는 것이냐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불법 증축 의혹 등과 관련해 유수홀딩스 측은 “자신들은 합법적인 임대만 관여했을 뿐이며, 사실관계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 음식점 측은 “용도변경은 우리가 진행했으며, 이와 관련 의혹 등은 영업개시일에 쫓겨 발생한 오해일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