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코치는 김남일을 일부러 차갑게 대했다 고 했다. | ||
하루는 남일이가 내 앞에서 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하는 말투가 무척 불손하게 들렸다. 젊은 애들 대부분이 말투가 정확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날 따라 남일이의 인사가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야, 난 네 인사를 들으면 오히려 짜증난다”며 앞으로 어른들에게 분명한 말투로 정중하게 인사하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날 보자마자 남일이가 달려왔다. 내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힌 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순간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남일이는 참으로 성실하고 착하고 순진한 선수다. 자라온 환경이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 만큼 맑고 밝다. 성실하고 착한 성품 탓에 감독의 심한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남일. 30여 명의 보디가드가 따라다닐 만큼 유명인사가 된 김남일로서는 대표팀에서의 모든 생활들이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남일에게 어떤 카리스마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목표를 찾고자 하는 눈빛이 있다. 목표에 집중하려고 응시하는, 갈망하는 눈빛이 정말 색다르게 보인다. 터프한 외모도 한몫하는 것 같다.”
박 코치는 인터뷰 전 김남일과 통화하면서 사인 20여 장은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김남일이 언제 그 많은 사인을 다 해주냐고 항의(?)하더라며 기분좋게 웃었다. 코치나 스승에게도 제자의 성공과 인기는 분명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