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땅한 후임감을 찾지 못하고 있던 전경련 회장직에 ‘김 승연 카드’가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 정기총회 장면. | ||
하지만 그룹 규모라는 전경련 회장직 필수조건만 만족시킨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전경련 회장 자리는 ‘하고 싶어서 하는 자리도, 하기 싫다고 안하는 자리’도 아니라는 게 재계의 정설. 오너 경영인들의 모임이라는 성격상 전경련 회장 자리는 항상 국내 정상급 재벌의 오너 경영인이 맞는 게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창립 회장인 이병철 회장도 국내 1위의 재벌이었고, 전경련 회장만 10년을 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당대 1위의 재벌 회장 자격으로 전경련을 이끌었다. 그의 후임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나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도 재벌 순위 5위권 안에 드는 재계 실력자였다.
다만 현 전경련 회장인 김각중 경방 회장의 경우 그룹의 살림 규모는 크지 않지만 50~60년대 국내 최고 재벌 중의 하나였던 경방의 2세 경영인이라는 점, 김 회장이 재계에서 존경받는 오너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것. 때문에 두 번 연임한 김 회장의 뒤를 잇는 전경련 회장은 정상급 재벌 오너가 맡게 될 것이란 얘기가 전경련 안팎에서 끊임없이 나돌았다.
물론 ‘힘있는 재벌 오너’는 전경련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다들 내로라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오너 모임에서 기업규모가 떨어지면 아무래도 ‘영’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이 회장직을 강력하게 고사하는 바람에 차기 전경련 회장직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정서상 손길승 SK 회장이 제3의 카드로 대두되기도 했지만 그는 오너 경영인이 아니라는 점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전경련에는 손병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급의 인사는 많다. 오너 경영인이 아니라면 전국경제인총연합회나 대한상의 등 다른 경제단체들과 변별점도 없다. 때문에 50대라는 나이 핸디캡을 안고 있는 김승연 회장 대안론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
오너 경영인의 연배로 따지면 김승연 한화 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66), 이건희 삼성 회장(62), 구본무 LG 회장(59) 아래이고 최태원 SK 회장(44) 보다는 위이다. 물론 그룹 회장직 수행의 경력만 놓고 보면 현역 그룹 총수 중 가장 이력이 길다.
지난 81년 부친인 김종희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그해 8월 그룹 총수직에 오른 것. 총수직 수행만 올해 22년째인 것이다. 재계에서 김승연 회장의 ‘나이’가 어리면서도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대한생명 인수로 한화그룹은 재계 5위 반열에 뛰어올랐다.
나이나 경력, 기업규모에서 김 회장이 대안으로 큰 흠이 없는 셈. 김 회장 또한 최근 들어 전경련 활동이나 한미교류협회장 등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