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기현 | ||
탁월한 스피드,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체력, 섬세한 플레이 등은 23세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테크니션이다. 물론 골 결정력 부족이 단점으로 지적받을 수 있지만 아직 어린 나이를 감안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무한대다.
미국전서 잇따른 골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심적 부담이 무척 컸던 것 같다. 표정이 어둡고 플레이가 경직되는 것 같아 쉬는 틈을 이용해 “괜찮다”는 위로를 많이 했다.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줄까봐 걱정했는데 워낙 우직한 친구라 곧바로 제 페이스를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물어올 때가 있다. “설기현을 왜 뛰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즉 공격수가 골을 넣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뜻이다. 그러나 기현이가 있기 때문에 공격수들이 살아났고 상대팀의 수비조직을 흔들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잇따른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한 비난으로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겠는가. 다행히 이탈리아전에서 동점골을 선사해 온국민을 열광시켰고 선수들의 사기를 상승시켰으며 나에게 가슴 벅찬 감격을 안겨주었다.
월드컵이 끝나면 기현이는 전과는 아주 다른 선수가 돼 있을 것이다. 벨기에보다 더 좋은 리그에서 운동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기현이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살아온 모습과 나의 지나온 과거가 너무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기현아, 정말 고생했다. 난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선홍이 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