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의 흥행독주가 거센 가운데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황옥과 김시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 영화 ‘밀정’ 스틸 컷
영화 <밀정>은 1923년 있었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이 일제 주요 거점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폭탄을 대거 반입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극 중 황옥 경부를 모티브로 한 이정출 역은 송강호가, 의열단원 김시현을 모티브로 한 김우진 역은 공유가 연기했다.
황옥은 1920년 3월 경기도 경찰부 직속 도경부에 특채로 들어와 고등과에 근무하며 높은 성과를 올리던 조선인 고등경찰이었다. 당시 김상옥의 종로경찰서 폭탄투척 사건 직후 조선총독부는 배후 세력으로 의열단을 지목하고, 총독부 경무국장 마루야마 쓰루키치는 그들의 본거지인 북경에 수사관을 밀파하기로 한다. 조선인 황옥이 이 작전에 선발된다.
한편 의열단원 김시현은 단장 김원봉으로부터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하라는 명을 받고 안면이 있던 경기 경찰부 황옥 경부를 포섭하기로 했다. 김시현은 김원봉에게 황옥을 포섭하겠다고 밝혔고 김원봉은 직접 황옥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황옥을 직접 만난 김원봉은 그와 담판을 벌이고 김시현과 황옥은 함께 상하이에서 기차를 통해 신의주를 거쳐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했다.
하지만 의열단 내부 밀정으로 인해 황옥과 김시현은 일본 경찰에 1923년 3월 체포됐다. 당시 황옥은 재판에서 “일본 경찰 관리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하면 경시까지 시켜줄 거라 굳게 믿고 시킨 대로 밀정을 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황옥은 2년 후 가출옥했다. 이 과정에서 황옥이 실제 일본 경찰의 비밀 작전을 위해 의열단에 잠입한 친일파인지지 친일파로 위장한 의열단인지 아직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밀정> 김지운 감독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옥의 사료를 다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7대3, 8대2 정도가 위장 친일파, 혹은 의열단을 도와줬다는 쪽으로 나온다”며 “의열단이 폭탄을 한국에 들여오다가 30명이 잡혀갔다고 한다. 황옥도 결국은 의열단을 도왔다는 혐의가 더 짙었기 때문에 수감생활을 했던 거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영화는 모티브만 가져온 것이지 새로 만든 창작물에 가까운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어 “원작은 이지민 작가님이 쓰셨다. 이정출, 황옥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시대에 살았던 선조들의 딜레마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영화 <밀정>은 역사적 인물 황옥을 아군과 적군 사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이정출’이라는 인물로 구현하며 관객들에게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친일파인지 의열단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황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영화는 영화며 역사는 역사일 뿐 기록으로 남은 황옥의 발자취를 쫒다 보면 판단은 관객의 몫이 된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