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이 후반 33분께 이을용의 프리킥에 이은 헤딩슛 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특별취재단 | ||
그러나 한국팀은 이제 세계 어느나라 팀과 겨뤄도 그리 헐렁하게 당할 팀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4일 폴란드전. 유럽의 전통 강호라서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한국대표팀은 폴란드에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채 보기좋게 두 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10일의 미국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미국 골문이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후반 33분께 터진 안정환의 헤딩슛이 미국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응원단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폴란드전과 미국전에서 한국의 명예를 높인 안정환 황선홍 유상철 선수들의 그날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안정환은 예의 반지에 키스를 퍼붓는 골 세리머니로 6만여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자아냈다. 특히 그라운드 코너 부분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스케이팅 모습을 연출한 독특한 세리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연출해 김동성의 금메달을 가로챈 미국의 안톤 오노를 상기시키는 장면이었다. 이 포즈는 경기전 선수들 사이에서 이뤄진 약속이었다.
안정환은 이번 월드컵에서 골에 대한 집착이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월드컵 이후 본격적으로 이적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탈리아 세리에A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들이 입국해 안정환의 플레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티그리폰사 대표 양명규씨는 “스카우터들이 입국한 것은 사실이고 몇몇 구단에선 감독까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안정환은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코너로 달려 갔고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오노 세리머니’를 펼 쳐보였다. 특히 이천수의 ‘오노 액션’은 압권이었다. 특별취재단 | ||
그 역술인은 안정환이 폴란드전보다는 미국전에서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러한 사실을 미국전이 열리는 날 오전 안정환에게 전했다고 한다. 처가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안정환은 양씨의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으나 그 역술인의 예상대로 안정환은 미국전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트린 것이다.
안정환은 경기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집에 있는 아내 이혜원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경기장에 갈 수 없다는 사랑스런 아내에게 위로를 전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아내의 따뜻한 격려를 듣게 됐다. 안정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걸 눈치챈 이씨가 용기 잃지 말라고 특별 주문했던 것.
“이탈리아 진출 후 게임에 첫 출전할 때 들었던 목소리와 같았다. 오빠가 너무 긴장하는 것 같아 오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그 긴장감이 가시질 않는 것 같았다. 걱정 많이 했는데 결국 이렇게 멋진 모습을 또 보여줬다”는 이씨의 설명이다.
안정환이 잇따른 평가전과 월드컵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결혼에 따른 정신적인 안정감과 책임감, 그리고 그동안 그를 무겁게 짓눌렀던 말못할 가정사가 어느 정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굴곡 많은 집안 일로 인해 안정환의 수심이 깊었던 게 사실이다.
아내 이씨는 이러한 안정환의 심리 상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조의 제일 원칙을 평정심에 뒀다.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선 결코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고 믿고 안정환의 모든 것을 품고 감싸며 사랑으로 극복해 나갔다.
안정환은 월드컵 이후 CF모델로도 주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매니저 양명규씨에 의하면 현재 안정환을 캐스팅하기에 혈안이 돼있는 광고업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가장 가능성 많은 곳이 이동통신과 호텔, 맥주 광고다. 한 이동통신회사는 모델료로 이미 3억원을 제시한 상태. 이밖에도 반지에 키스를 한 골 세리머니 덕분에 액세서리 업계에서도 ‘안정환 반지’를 출시할 계획인데, 이미 초상권에 대한 권리를 계약한 상태다.
유럽 진출, CF모델 등으로 월드컵 이후의 스케줄이 예약된 상태지만 안정환의 현재 마음속엔 한국의 8강 진출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