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황제 호나우두에게 지난 월드컵은 그 칭호 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 한 대회였다. 팀 우승의 견인차 역할은 물론 득 점왕에도 등극한 것. | ||
호나우두를 다시 만날 당시엔 브라질 언론에서 호나우두와 아내 밀레느 도밍구스와의 이혼설을 제기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될 무렵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혼할 생각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될 것 같지 않았다.
먼저 다이어트를 화제 삼아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한때 언론에서 체중이 불어난 호나우두를 가리켜 ‘살찐 토끼’라고 비아냥거렸던 기억과 함께 체중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호나우두는 “내 체중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이젠 누가 뭐라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특별한 건 없다. 식사 조절하는 정도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호나우두는 살이 찌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주위의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을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고향인 브라질 리오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외국을 돌아다니는 생활의 연속이지만 마음은 항상 리오로 돌아가고 싶다는 솔직함을 나타냈다.
▲ 훈련장을 찾은 팬들에게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고 있는 호나우두 | ||
아무리 세계적인 명문 클럽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아도 고향이 주는 편안함, 익숙함, 그리움 등은 해결되지 않는 모양이다.
스페인 기자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호나우두, 피구, 지단 중 호나우두를 ‘넘버 원’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즉 날고 뛰는 스타 선수들 사이에서도 호나우두는 가장 큰 빛을 발하는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라이벌로 생각하는 동료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한번도 내 동료들을 라이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모두가 굉장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한 가족이 돼 생활한다는 사실이 즐겁다”며 핵심을 비켜갔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중인 데이비드 베컴에 대해선 주저없이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자신보다 잘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혼설의 진위를 알아볼 순서였다. 그러나 호나우두는 그 부분만큼은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데로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나중에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 문도>(EL MUNDO)의 카를로스 기자가 취재진의 부탁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호나우두의 아내 밀레느한테 이혼설과 관련해서 직접 확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이혼설’엔 침묵했던 호나우두도 주변을 떠나지 않는 ‘염문설’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사적인 질문은 될 수 있으면 피해 나가려던 그가 이 부분만큼은 진지한 태도로 열변을 토했다.
“유명세다. 브라질 출신들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노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남자가 안 보이고 여자만 보이나 보다.”
호나우두와 아내 밀레느는 일주일에 절반 정도만 같이 사는 ‘4일 부부’다. 밀레느가 이탈리아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하기 때문에 호나우두는 금요일부터 3일간은 ‘자유의 몸’이다. 그래서인지 금요일이면 파티가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집보다는 술집이나 나이트 클럽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보내는데 이때 호나우두의 여자친구들이 호나우두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가 종종 파파라치들의 표적이 되고 만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서 그는 행복할까’. 축구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던지 깊은 생각에 잠긴 후 내놓은 대답이 그럴 듯하다.
“난 어려서부터 축구밖에 모르고 살았다. 다른 걸 접해보지 않아서 축구의 매력이 어떻다는 걸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골 넣은 후의 쾌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다. 아마도 그런 매력이 있기 때문에 공을 차는 게 아닐까.”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지기 전 한국에서 준비해 온 선물을 내놓았다. ‘휴대폰 줄 인형’이었다. 포장을 풀지 않고 받아들면서 궁금증을 간직한 채 차에 오른 호나우두가 출발 전 이렇게 묻고는 씩 웃는다.
“이거 폭탄 아니죠?”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
현지 진행 조예성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