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러나 김하늘이 기분 좋은 이유는 단지 영화 흥행 때문만은 아니다. 김하늘은 이번 작품에서 ‘이미지를 변신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화려하게 이뤄냈다. 영화 속에서 과외교사 ‘수완’역을 맡은 김하늘은 그동안의 ‘청순가련’ 스타일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엽기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배우로서 이만큼 기쁜 일은 또 없을 것이다.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대중들에게 인정까지 받게 되는 것은 그만큼 배우들에겐 꿈 같은 일이다.
올해로 데뷔 6년째. 김하늘에게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벌써 아홉 번째 작품이다. 드라마를 제외한 영화로는 <바이준> <닥터K> <동감>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이래, 김하늘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고루 넘나들며 연기자의 길을 다져왔다. 흥행배우와는 비록 거리가 있었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며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그동안 김하늘이 출연했던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뇌리에 ‘박히는’ 연기는 없었으나 가슴을 ‘적시는’ 장면들이 많다. 배우로서 한눈에 띄는 외모도 넘치는 끼도 조금은 모자란 듯싶지만 그녀는 언제나 솔직하고 편안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팬들은 그녀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김하늘을 주목하게 만든 드라마 <피아노>는 지금껏 알고 있던 그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작품. 여린 듯하지만 강한 내면을 가진 ‘수아’는 대중들로 하여금 김하늘을 다시 보게 한 인물이다. 당시 숨진 ‘억관’(조재현 분)이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에서 김하늘의 눈물연기는 연기파 배우 조재현마저 혀를 내두르게 했을 정도.
▲ 영화속 엽기 장면. 위부터 칼을 든 엽기엄마., 불량 고교생의 코에 담배를 박다., 전교를 뒤흔 든 댄스장면. | ||
<피아노>의 오종록 PD는 김하늘과 인연이 깊다. 99년 출연했던 SBS <해피투게더> 역시 오 PD가 맡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해피투게더>를 찍을 당시만 해도 김하늘은 신인배우인지라 감독에게 자주 꾸지람을 듣곤 했다.
부족한 연기력을 만회할 기회로 <피아노>에 임했던 김하늘은 결국 마지막 장면을 찍고 난 뒤 무뚝뚝한 성격의 오 PD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이끌어냈다. 당시 오 PD는 박수까지 쳐주며 주머니에 있던 돈 전부(3천원)를 김하늘에게 쥐어주었다고 한다. 김하늘은 “이 돈을 고이고이 간직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한층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하늘의 얼굴에는 청순가련함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로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이 한편 벽이 되어 가로막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김하늘에게도 그랬나보다.
지난 2월2일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첫 기자시사회가 있던 날, 김하늘은 “배우로서 한층 성숙해지고 싶었다. 내 연기에 변신이 필요한 때임을 오래 전부터 느껴왔다”고 말했다. 김하늘의 ‘화려한’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처럼 김하늘 자신이 강렬히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김하늘은 어떻게 시나리오 속의 ‘수완’과 그리도 닮을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김하늘은 감독마저 놀라게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김경형 감독은 “하늘이가 너무나 의욕적이어서 내가 다 당황할 정도였다. 김하늘의 연기에 1백20% 만족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덧붙여, 김 감독은 언젠가는 (김하늘의 캐릭터를) 한번 뒤집어 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 왼쪽은 고수와 함께한 <피아노>., 드라마 <로망스>의 한 장면. | ||
무대는 경희대학교 본관 앞이었다. 김하늘은 ‘가장 부담스러웠던’ 이 장면을 위해 미리 여러 차례 연습을 거듭했다. 3일 동안 특별 안무지도를 받고 당일 객석에는 김하늘과 권상우의 팬클럽 회원들이 참여해 분위기를 돋우었다. 그럼에도 막상 무대에 오르자 김하늘은 덜덜 떨고 있었다. 김 감독은 “연습대로만 해라”는 주문을 하며 용기를 심어주었지만 생각대로 되진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특히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라며 작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하늘은 실은 춤실력보다 노래실력이 뛰어나다. 영화 <광복절특사>에서 송윤아가 직접 부른 ‘분홍빛 립스틱’이 최근 인기를 끌었지만 이 노래를 먼저 부른 것은 바로 김하늘. 대부분 기억이 가물거리겠지만, 드라마 <로망스>에서 안연홍과 같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 한 팬은 “그때 김하늘의 목소리는 아으∼ 온몸이 간드러질 정도였다”며 “노래를 자주 불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를 통해 김하늘이 유행시킨 것들도 많다. 특히 여성들은 김하늘의 헤어스타일에 매료되었는데 <로망스>에서의 ‘디지털 퍼머’(로맨틱웨이브라고도 한다)에 이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보이시레이어드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김하늘의 이 헤어스타일은 ‘얼굴이 큰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 더 관심을 끌고 있는데, 실은 김하늘 역시 “얼굴이 커 보인다”는 일부 팬들의 ‘예리한’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김하늘 본인도 불만인 워낙 마른 체격 때문에 화면상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것. 실제로 보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얼굴이 작은 편이다.
배우로서 김하늘의 콤플렉스로 “섹시미가 없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많다. 한 사진작가는 “특별히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순수한 매력이 있는 마스크”라는 평을 했다. 또한 “야한 면이 없어 연기 변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하늘은 그동안 한번도 야한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본인 역시 언젠가는 섹시한 이미지로 승부하고픈 욕심을 가지고 있다.
김하늘은 몇 차례 ‘스캔들’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일도 있다. 안티팬들이 홈페이지에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김하늘을 비난한 적도 수없이 많았다. 연예인으로서 감내하기엔 이 모든 것들이 벅차기만 했을 터. 그러나 김하늘은 어느새 “그런 소문에 휩싸일 때는 더 나은 김하늘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올해로 스물여섯 살을 맞이한 김하늘은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 아닐까. 믿기지 않지만 김하늘의 어릴 적 꿈은 평범한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결혼은 서른 살쯤 하고 싶다”는 김하늘은 “한 남자를 위해 뒷바라지하며 아이들 잘 키우는 현명한 아내가 되고 싶다”며 한 여자로서의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