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리나 졸리와 친오빠 제임스 헤이븐의 키스는 상당한 화제를 양산했다. (영국 매체 <미러> 홈페이지 캡쳐)
페넬로페 크루즈는 뮤직비디오에서 여동생인 배우 모니카 크루즈와 키스를 했는데, 문제가 생기자 입술이 닿는 클로즈업 장면은 대역이었다고 해명했다. 에어로스미스의 리더인 스티븐 타일러는 딸이자 배우인 리브 타일러와 키스하는 장면 때문에 비난 받았고, 애슐리와 메리 케이트 올슨 자매도 필요 이상의 진한 애정 표현으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앤젤리나 졸리와 제임스 헤이븐만큼 파격적인 키스로 받아들여진 적은 전무후무했다. 사건은 200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일어났다. 앤젤리나 졸리는 <처음 만나는 자유>(1999)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서 “오빠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고 밝힌 졸리는 제임스 헤이븐에 대한 사랑을 뜨겁게 표시했고,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들의 남매애에 박수를 보냈다.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다. 그들은 시상식 후 레드 카펫에서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었는데, 가벼운 키스가 아니라 완전한 딥 키스였다. 그들 남매는 매우 흡사한 외모를 지녔고 졸리의 트레이드마크인 도톰한 입술은 공유하고 있던 DNA였는데, 사람들은 그 인상적인 입술의 교접에 대해 “마치 뱀파이어들의 키스와도 같다”며 수군거렸다.
그날의 행동이 근친상간적 뉘앙스로 받아들여지자 제임스 헤이븐은 “난 동생 졸리와 절대 프렌치 키스 같은 걸 나눈 게 아니다. 그저 단순한 키스였고 남매로서 사랑을 표시한 것뿐”이라고 이야기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날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아야 했으며, 최근엔 “그날 그 일은 나에겐 매우 놀라운 순간이었지만, 충분히 오해 받을 만한 행동이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절대 근친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남매 사이의 연대감을 드러내는 행위”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이유로 사람들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여기엔 뿌리 깊은 가족사가 배경으로 작용한다. 앤젤리나 졸리와 제임스 헤이븐의 아버지는, 유명한 배우이며 지금도 열정적으로 활동 중인 존 보이트다. 1962년에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 무대에서 만난 동료 배우 로리 피터스와 결혼했으나 1967년에 이혼한 보이트는 1971년에 12살 연하의 신인 배우 마르셀린 버트랜드와 두 번째 결혼을 한다.
당시 버트랜드는 20대 초반. 결혼과 함께 배우의 길을 접은 그녀는 1973년에 제임스 헤이븐 보이트를, 1975년에 앤젤리나 졸리 보이트를 낳았다. 하지만 존 보이트는 1976년에 여배우 스테이시 픽렌과 바람을 피웠다. 앤젤리나 졸리가 한 살 때였고, 이때부터 별거에 들어간 부부는 1980년에 이혼한다.
영화 <처음 만난 자유> 출연 당시의 앤젤리나 졸리
오스카 시상식이 있었던 날은 어머니 마르셀린의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던 날이었다. 남매는 하루 종일 병원에 함께 있다가 시상식장으로 향했으며, 수상의 기쁨 속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의 끈끈한 가족적 연대감을 키스로 표현했던 것. 그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소 불온한 시선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던 셈이다.
어머니는 8년 동안의 암 투병 끝에 난소암과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남매는 긴 세월 동안 남처럼 지냈던 아버지와 화해했다. 그리고 2011년에 제이슨 헤이븐은 애슐리 레인이라는 여배우와 연인이 되었는데, 브래드 피트는 처남의 연애에 매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는 후문. 이에 대해 호사가들은 피트 역시 앤젤리나와 제임스의 관계에 뭔가 불편함을 느낀 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