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때 축구부 친구들과. 중학교 때 경기 모습(원안). | ||
지성이가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한바탕 흥겨운 춤판을 벌이고 나면 손님들 모두가 무대 앞으로 나와 뜨거운 박수로 환호하며 앵콜을 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 야간업소에서는 지성이의 재능을 눈치채고 업소 출연을 제의해왔을 만큼 나이답지 않은 끼를 발산했다.
그러다 축구를 시작하면서 내성적으로 변했다. 워낙 선배들한테 시달림을 많이 받다보니 점점 기가 죽었고 타고난 끼를 꾹꾹 누르느라 무진 애를 쓰기도 했다.
요즘 지성이의 플레이를 보면서 어린시절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그 끼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없이 착하고 순진해 보이던 애가 그라운드에서 그토록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타고난 끼가 없인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이가 운동할 당시엔 메이커 있는 축구화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지성이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다른 선수들이 다 신고 다니는 메이커 신발을 신어보질 못했다.
▲ 부모님과 함께 한 나들이 | ||
고등학교 졸업식 때 축구부 대부분의 선수들이 학교 앞 슈퍼마켓에 일정한 빚을 지고 있어 혹시나 싶어 그 가게를 찾아갔었다. 지성이가 부모 몰래 진 빚이 있다면 대신 갚아주려고 했는데 가게 주인이 말하길 축구부원 중 유독 지성이만 외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옷차림도 3년 동안 츄리닝이 전부였다. 사복은 물론 양복도 사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부러운 것들이 많았겠는가. 하지만 부모의 마음 고생을 생각해서 단 한번도 뭘 사달라거나 용돈을 더 달라고 떼를 쓰지 않았다.
J리그 진출 후 매달 일본에서 4천만원씩을 보내온다. 구단에서 받는 월급의 전부를 보내는 것이다. 용돈은 수당으로 쓰는데 그 수당마저 남는다고 다시 보내는 사람이 우리 아들 지성이다.
얼마 전 지성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약속한 게 있다.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우린 절대 변하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인내와 극복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면 앞으로는 받은 만큼 베풀면서 살고 싶다. 그 모습이 가장 박지성다운 모습이라고 믿는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