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국체전에 바둑계가 주목하는 것은 바둑이 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바둑은 10월 8일과 9일 이틀 간 충남 예산군 생활체육관에서 고등부 혼성 개인전, 대학·일반부 남자단체전(4명-선수 3명, 후보 1명), 여자단체전(4명-선수 3명, 후보 1명), 혼성 페어전(1팀 2명-남녀 각 1명) 등 4개의 금메달을 놓고 전국 17개 시도대표 선수 및 관계자들이 열띤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지난해 원주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전 바둑종목 전체 기념사진.
전국체전 첫 정식종목으로 치러지는 바둑종목을 좀 더 들여다보면 혼성 개인전으로 열리는 고등부는 각 시도별로 1명의 선수만 참가가 가능하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30초 초읽기 3회로 치러지며 시도대표 15명이 토너먼트를 벌여 금메달의 주인공을 확정짓게 된다.
남자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그리고 혼성페어전은 남자부가 17강 토너먼트를, 여자부는 15강 토너먼트, 혼성 15강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특히 짝을 이뤄 출전하는 혼성페어전은 순서를 어길 시 2집의 벌점이 부과된다. 지난 9월 8일 전국의 시도바둑협회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미 대진표를 확정지었다.
그 전까지 문화예술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바둑이 체육으로 변신을 꾀한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이었다. 2000년 12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실세 한화갑 의원이 한국기원 제5대 총재로, 그리고 2001년 2월에 허동수 GS그룹 회장이 제14대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한국기원은 ‘바둑의 체육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기원은 대한체육회 산하 인정단체가 되었고 2003년 제84회 전라북도 전국체전부터 동호인종목(전시종목)으로 참가하게 된다.
한편 2005년 11월 한국 바둑계에 또 하나의 단체가 출범한다. 사단법인 대한바둑협회다. 대한바둑협회는 1997년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아마바둑협회’를 흡수한 것이었다. 원래는 (재)한국기원이 대한체육회에 가입하려 했으나 법인 문제나 단체 이름이 대한체육회 규정에 맞지 않아 가입할 수 없어 ‘(사)대한바둑협회’라는 명칭으로 체육계에 입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12년은 인내와 시련의 시간이었다. 전국체전과 전국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을 기다리며 1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던 바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 정식종목 입성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바둑이 바둑계 숙원사업이었던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정식종목에 동시에 채택된 것은 2015년 1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12차 이사회에서였다. 이날 바둑은 2015년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와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의 정식종목으로 결정됐다.
사실 전시종목으로 시행되면 몇 년 후 시범종목으로 전환하는 것이 통례였지만, 바둑의 경우 산하 시도협회의 지역체육회 가입 등의 절차 문제와 신규 종목에 대한 체육계의 엄격해진 기준 적용 등으로 지연되다 11년 만에야 승격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바둑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각 시도와 각급 학교에 바둑팀이 만들어져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바둑을 통한 진학의 길이 열리는 것은 물론 그동안 사교육 위주였던 바둑 교육의 중심축이 공교육 쪽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와 함께 체육회로부터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돼 한국 바둑이 제2의 중흥기를 맞을 것으로 바둑계는 기대하고 있다.
대한바둑협회의 한 관계자는 “바둑이 그동안 시범종목 전시종목으로 전국체전에 참가했던 적은 있지만 정식종목 채택은 처음”이라며 “소년체전의 정식종목 채택으로 학교 단위의 바둑 활성화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년체전에 정식으로 종목이 채택되면 학교별로 바둑부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상급학교 진학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바둑계에서는 크게 기쁜 일이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정식종목이 됐으니 이제부터는 국가의 대우도 달라진다. 올해부터 대한체육회로부터 공식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서는 바둑 선수와 팀을 육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감독과 코치, 선수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며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둑이 체육 경기에 완전히 적응하기엔 룰이나 복장 등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다. 체육에 어울리는 룰의 정비와 경기 규정의 보완은 꾸준히 노력해야 할 과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