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연예 영역을 넘나들며 넘치는 끼와 에너지를 아낌 없이 분출하고 있는 하지원. 출연작마다 흥행에 성공했던 터라 ‘흥행배우’라는 자랑스런 타이틀도 얻은 그녀는 이제 MC와 가수로서도 주목받는 만능엔터테이너의 길을 걷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 | ||
얼굴에 ‘행복’이라고 쓰여 있는 것만 같은 하지원은 요즘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색즉시공>을 한창 촬영중이던 작년 가을의 인터뷰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하지원은 약속장소인 서울 용산의 한 스튜디오에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 약속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한 기자를 30분 가까이 기다린 하지원은 “생각보다 차가 안 막혔어요”라며 오히려 ‘먼저 와 있어’ 미안하다는 표정이다.
하지원의 말대로 이 세상에 태어나 꿈꾸던 삶을 살아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저마다 가슴속엔 수많은 꿈을 품고 살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란 정말 ‘꿈 같은’ 일.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 가는 이들은 그 꿈을 가끔 현실로 만드는 법이다. 바로 그녀처럼 말이다.
고백하건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는 하지원에게 약간의 불만을 토로했다(실은 하소연에 가까웠다). 몇 달 전에 비해 인터뷰 섭외가 부쩍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만남이 있기까지 매니저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해야했다. 얼굴 보기가 참 힘들어진 것을 아는가”라는 푸념에 하지원은 동그란 눈을 해가지고는 또 한번 기자를 머쓱하게 했다.
“어머, 그래요? 전 전혀 몰랐어요. 내가 그렇게 만나기 힘든가?”(웃음)
하지원은 요즘 그야말로 인기절정에 있다. <폰>과 <색즉시공>의 연이은 성공으로 ‘흥행배우’라는 기분 좋은 닉네임까지 얻은 그녀는 새 영화 <역전에 산다>로 다시 관객 앞에 섰다. 그러나 배우로서도 한창 바쁜 이 때, 하지원은 MC와 가수를 병행하고 있다.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유정현과 함께 사회를 맡고 있으며, ‘홈런’이라는 노래로 가수로도 무대에 서고 있는 중이다. ‘1인3역’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그녀는, 그럼에도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요즘 너무 바쁘겠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바빠서 잠이 많이 모자라지만 너무 좋다. 사실 살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만큼 행복하다.
─이번 영화 어떤가, 예감이 좋은가.
▲돌아보면 난 운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출연했던 영화들이 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가위>는 1백50만, <폰>은 2백50만, <색즉시공>은 4백50만 관객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관객수가 늘었으니 이번에도 흥행하지 않겠나.(웃음)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드는 느낌에 따르는 편이다. 그리고 일단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다. 열심히 하고 난 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미련도 두지 않는다.
─<역전에 산다>에 대한 주변의 평은 어떤가.
▲영화예고편도 그랬고, 홍보단계에서 코미디로 비쳐져 우려를 많이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본 이들이 ‘기존 코미디와는 다른 느낌이다’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내가 이 영화를 택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기에 더 뿌듯하다.
하지원은 마주앉은 기자가 질문을 던질 틈도 없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하긴, 요즘 영화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을 터라 ‘예상질문’ 리스트를 미리 파악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많이 들어 질린다 싶은 질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하지원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줄거리는 어떻게 되느냐, 캐릭터 설명을 해달라’는 식의 질문이 가장 곤란하다”며 “영화를 보셨을 텐데 그렇게 물어보시면 솔직히 기운이 빠진다”고 털어놓았다.
▲ 위부터 영화 <폰>, <색즉시공>, <역전에 산다> | ||
▲승우 오빠와는 열 살 차이가 난다. 더구나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 만나 친해지지 전에는 좀 어색했었다. 그런데 오빠가 나이에 비해 어린 면이 있다. 장난도 잘 치고. 베드신 찍을 때도 자꾸 웃음이 터져 NG가 났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데 승우 오빠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며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거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겨 계속 웃기만 했다.
─유난히 가슴을 강조한 의상들은 ‘지영’역의 컨셉이었나.
▲나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내가 저렇게 가슴이 패인 옷만 입고 나왔었나 싶어서.(웃음) 일부러 그런 옷들만 고른 것은 아니었지만 의상에 남다른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감독님도 ‘지영 역은 좀 더 패션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을 하셨다. 유심히 살펴보면 평소에는 입기 힘든 비싼 옷들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 속 의상은 그 아까운 옷들을 잘라서 다시 만들어 입은 것이다. 옷값 때문에 제작비도 꽤 나갔다고 들었다.
─임창정이 카메오로 등장한 장면도 눈길을 끄는데(임창정과 하지원은 <색즉시공>에 함께 출연했다).
▲아, 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창정 오빠와 승우 오빠 중에서 누구하고 연기할 때가 더 좋았느냐’는 질문도 참 많이 들었다. 난감한 질문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런가? 그럼 누가 더 좋은가?
▲푸하하. 너무하다. 두 사람 다 장점이 많은 분이다. 연기자로서 배울 점도 많고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그렇지만 솔직히 남자로서는 둘 다 내 이상형이 아니다. 아 참. 창정오빠는 카메오 출연 제의에 흔쾌히 응해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화 제목 때문에 궁금해진 것인데, 지금까지의 인생 중 ‘역전의 순간’이 있었다면.
▲내가 배우가 된 것이 바로 ‘인생역전’이라 생각된다.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것도 운명적이었다. 사진관에 걸린 내 사진을 보고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었다.
이렇듯 배우가 되면서 이미 ‘인생역전’을 했다는 그녀는 “로또복권도 몇 번 사본 적이 있다. 번호 두 개 맞더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거참, 웃음소리도 시원하다.
하지원은 매주 목요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한밤의 TV연예>에서 그 시원한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하지원은 “내 웃음소리가 특이하다는 분들도 있고 재밌다는 분들도 있다”며 또 한번 털털하게 웃었다.
“이젠 많이 안정돼 보이고 여유도 느껴진다”는 말을 건네자 하지원은 첫방송 때의 ‘실수담’을 꺼냈다.
“가슴에 마이크를 달았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거다. 혹시나 내 심장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리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였다.”
그날 하지원은 잔뜩 긴장한 탓에 결국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단다. 담당 리포터 이름을 잘못 말해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나갔던 것. 자료화면이 나가는 동안 고민하던 하지원은 옆자리의 유정현에게 “제가 이름을 잘못 말했는데 이따 끝날 때 정정멘트를 하면 안될까요?”라고 조언을 구했다.
실수를 만회해보려는 노력이 가상해서였는지 하지원의 아이디어는 통과됐고 방송이 끝날 때 ‘이름을 정정합니다…’라는 멘트를 덧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보기 좋았다’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한참을 수다떨 듯 얘기하다가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사진촬영을 진행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좀 전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끼가 발산되고 있었다. 사진기자의 별다른 요구가 없어도 혼자서 척척 이런저런 포즈와 표정을 연출한다.
눈여겨 살펴보니, 특히 찡그린 표정과 윙크하는 표정을 유난히 많이 짓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약간 찡그린 모습이 꽤 매력적이다. 다른 사진 속 그녀의 얼굴도 찡그린 표정이 많았던 것 같다.
─따로 몸매를 관리하는 비법이 있나.
▲<색즉시공>을 촬영하면서 배운 스포츠에어로빅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또한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나는 항상 허리를 곧게 펴고 배에 힘을 주어 바른 자세로 앉는다. (자세를 선보이며) 이렇게 하면 절대 ‘X배’가 나오지 않는다.(웃음)
─그래도 혹시 콤플렉스가 있는지.
▲물론 많다. 다리도 좀 더 길었으면 좋겠고 허벅지 선도 더 예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전엔 ‘오리궁둥이’인 것도 큰 콤플렉스였다. 그러나 이젠 그런 점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모습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의 옷차림이 정말 화끈했는데.
▲나도 처음 그 의상을 입었을 때 무안해서 혼났다.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다른 가수들이 모두들 한번씩 쳐다보았다. 다들 ‘대단하다∼’는 눈길이었다. 한 남자가수의 매니저는 ‘야, 너도 바지 지퍼라도 내려야 되는 것 아냐’라는 농담까지 하더라.(웃음) 너무 어색해서 옷으로 허리를 가리고 있었다.
─‘팬티끈 논란’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생각은.
▲지금까지 옷차림에 대해 별다른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오히려 기분 좋다. 그것도 다 관심의 표현 아니겠나. 그리고 그 끈은 바지에 꿰매져 있는 것이며 절대 속옷의 일부가 아니다.
─정식으로 무대에 서 본 느낌은 어땠나.
▲지금까지 가수로 세 번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올라가면 흥분도 되고 신이 나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박수를 받으며 온 힘을 다해 노래할 때의 느낌은 정말 짜릿하다.
“정말 짜릿해요”라고 외치는 하지원의 모습은 생기발랄했다. 가수로서의 그녀에게 점수를 주자면 가창력, 무대매너 등 기본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열정 하나만큼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하지원은 가수라는 ‘명함’을 갖기엔 아직 자신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도 내겐 연기의 일부분이다”는 말과 함께 “내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노래방에 가본 지 2년도 넘은 것 같다는 하지원은 마이크를 쥐는 포즈를 취하며 “댄스곡보다 브라운 아이즈, 에즈원 같은 발라드가 좋다”고 말했다.
아직 영화에서 본격적인 베드신을 찍은 적이 없는 하지원에게 요즘 연예계에 불고 있는 누드화보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색즉시공>에서도 진재영, 유채영, 함소원 등 함께 출연한 여배우들이 화끈한 노출신을 선보였지만 하지원만은 이렇다할 장면이 없어 남성팬들의 ‘성화’를 들었던 터다.
─많은 여배우들이 누드화보를 찍고 있는데 어찌 생각하나.
▲솔직히 여자로서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다 있는 것 아닌가. 나도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노출신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나.
▲원래 <색즉시공> 시나리오상에는 진재영씨보다 더 화끈한 베드신이 두 번 정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감독님께 양해를 구했다. 배우로서 좀 더 성장한 다음에는 언제라도 찍을 생각이 있다. 언젠가는 하지원도 멋진 베드신을 선보일 자신이 있다. 기대해 주시라.
‘베드신도 꼭 찍을 것’이라고 말하는 하지원에게 또래의 남자배우 중 함께 출연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동안 ‘나이 많은 배우’와만 출연했기 때문인지 별다른 스캔들조차 없었던 그녀다. 그랬더니 하지원은 “김재원씨, 권상우씨, 고수씨 등 너무 많다”고 말했다(언젠가 이들 중 한 명과 영화 속에서 ‘진한’ 장면을 연출할 지도 모르는 일).
어떤 사람과 10분만 대화해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던데, 하지원과의 두 번째 만남을 통해 ‘이 배우 참 욕심도 많다’는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역시나 마지막으로 출연 드라마에 대한 ‘홍보성 멘트’도 잊지 않는다. “요즘 <다모>라는 작품을 찍고 있어요. 7월28일이 첫방송이랍니다. 정말 괜찮은 작품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