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홈텍스 앱 캡처 화면.
“전부 컴퓨터로만 볼 수 있다니…차라리 앱을 없애고 신경도 쓰지 마세요.”
8월 30일 최 아무개 씨가 국세청 홈택스 앱을 사용하고 남긴 후기다. 최 씨는 “정작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볼 수도 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앱을 만들었나. 국세청 생색내기용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9월 13일 김 아무개 씨 역시 “혈세로 이렇게 하고 싶나. 컴퓨터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비회원으로 확인하려면 또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고 하고…”라는 글을 앱 게시판에 올렸다. 국세청은 세금 신고, 현금영수증 등의 조회를 간편하게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7월경 홈택스 앱을 배포했다. 약 100만 이상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홈택스 앱을 받았다. 하지만 납세 증명서 등 대부분의 문서를 스마트폰으로 열람할 수 없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까닭이다.
실제로 기자는 9월 27일 소득확인증명서의 발급을 위해 홈택스 앱을 설치해 보았다. 가입 절차부터 첩첩산중이었다. 약관 동의 등 3단계의 절차에 따른 뒤 회원가입을 했지만 홈택스 앱은 마지막 요건으로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다. 결국 PC에 설치된 공인인증서를 핸드폰으로 옮기는 작업을 거쳤다. 소득확인증명서를 신청했지만 “출력(열람)은 PC에서만 가능합니다”는 문구 때문에 열람이 불가능했다. 앱의 메뉴 중 하나인 모바일 민원실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클릭’조차 되지 않았다.
홈택스 앱에서 대부분의 증명서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PC가 필요하다. 소득확인증명서뿐만이 아니라 납세증명서 등도 열람할 수 없다. 이용자들로선 번번이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이용자는 “세금계산서를 바로 보고 바로 팩스를 넣으려면 열람이 가능해야 한다. 왜 관리를 안 하나”라며 분노 섞인 글을 앱 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모바일 서비스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 증명서는 현재 신청만 가능하고 열람은 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내년에 서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PC에서 제공된 서식을 모바일로 제공하려면 많은 것들을 신경 써야 한다. 서식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서식을 간소화하기 위해 법 개정절차를 거쳐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앱 개발을 위해 거액의 비용을 투자해왔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부기관은 스마트폰 앱 1235개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자체, 공사·공단 등이 앱 개발과 구축에 지출한 비용은 1001억 9500만 원이다. 1개 앱당 평균 약 8000만 원이 소요된 셈이다. 이용자들은 총 1억 1498만 570건을 다운받았지만 이를 삭제한 경우도 많았다. 실제 유지 건수는 32.0%(3677만 5319건)에 불과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용실적이 낮은 데도 정부 기관에서 앱을 계속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관이 수요를 앱을 개발한 뒤 방치하고 관리를 안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스마트 국토정보’ 앱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토부는 사실상 앱에 대한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 2014년 국토부는 “스마트폰으로 읍·면·동 등 단위 행정구역의 토지 면적과 주택 현황, 인구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스마트 국토정보 3.0버전을 출시했다.
하지만 스마트 국토정보 앱은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위치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 부동산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2016년 7월 12일 김 아무개 씨는 “정보검색을 하려고 하는데 GPS에 동의 안 한다고 꿈쩍도 안 한다. 제가 정보검색을 어디서 하는지, 국토부가 궁금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을 앱 게시판에 올렸다. 최 아무개 씨 역시 2월경 “GPS로 자신의 위치 정보를 요구하는데 이 정보가 왜 필요한가”라고 토로했다.
앱상의 국토 통계 자료도 업데이트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주택보급률, 주택 가격 동향 등 상당수의 지표들은 2014년 자료를 토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이용자는 “업그레이드 속도가 너무 늦다. 지금은 2016년이다. 2014년도 자료라니 터무니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래서 공기업 공무원이 많아지면 사회가 후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앱 하나만 놓고 봐도 명확하다. 그야말로 무능함 자체다”고 보탰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위치정보를 사용하고 싶지 않으면 스마트폰 설정으로 GPS 위치 특정을 해제하면 된다. 위치정보가 필수 사항인지는 잘 모르겠다. 통계가 옛날 자료인 것은 확인하고 빨리 수정하도록 하겠다. 통계 자료 업데이트에 예산이 많이 들진 않는다.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의 ‘국립자연휴양림’ 앱은 이용자들 사이에 ‘최악’의 앱으로 불리고 있다.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량림관리소는 2014년 3월경 “국립자연휴양림 이용의 예약과 결제가 모바일로도 가능하다”며 국립자연휴양림 앱을 야심차게 내놓았다. 하지만 앱 게시판에선 이용자들의 성토가 담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6년 3월 22일 이 아무개 씨는 “예약 현황 검색이 되지 않는다. 손안에서 쉽게 검색하고 예약하려 받은 건데 쓸모가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기자 역시 ‘국립자연휴양림’ 앱을 이용했지만 자연휴양림 예약에 실패했다. 국립자연휴양림 앱 초기화면엔 “해당 서비스는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뒤 이용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다. 회원 가입을 위해 PC를 이용해야 하는 앱이다. 예약 현황을 검색했으나 “조회한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 반복됐을 뿐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회원 가입을 했지만 자연휴양림의 예약 현황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앱 게시판엔 산림청을 성토하는 글이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 한 이용자는 “최악의 어플, 내가 발가락으로 코딩해서 만든 것보다 못하다. 앱 설치하지 마라. 요즘 정부 어플이 이렇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는 “산림청장이 뭘 하는지… 엉터리 앱을 만들어놓고 정부가 이래도 되나. 진짜 짜증난다. 세금 도둑들…”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어떤 버전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같은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조금씩 다르다. 항상 안 되고 있었던 상황은 아니고 계속 잘 되고 있었다. 개선 작업을 해야 하지만 앱은 인터넷 홈페이지(웹)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 웹은 하나만 고치면 바로 배포할 수 있지만 앱은 수정과정이 복잡하다.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 버전이 쓰는 종류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버전에서 문제없이 잘 되도록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여성정책과에서 개발한 ‘국방부성폭력 신고 상담’ 앱은 황당한 설정으로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방부성폭력 신고 상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갑자기 ‘앱 고유번호 확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검정 화면이 뜬다. 이용자 김 아무개 씨는 앱 게시판에 “앱 고유번호를 입력하란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진 아무개 씨는 “첫 화면에 입력하라고 뜨는데 고유번호가 무엇인가요”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2013년 6월 19일 법무부는 ‘형사사법포털’ 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당시 법무부 측은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사용자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고 대국민 편의성 향상을 목적으로 형사사법서비스를 모바일로 확대했다. 국민들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더 쉽고 편리하게 형사사법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며 배포 취지를 밝혔다.
법무부가 형사사법포털 앱을 출시한 뒤 약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형사사법포털 앱은 사전에 PC에서 형사사법포털에 회원가입해 등록한 공인인증서 없이 로그인을 할 수 없다. 전자약식 명령등본, 경찰통지서 조회 및 전자약식 철회 신청 등 간단한 기능도 앱에서 이용할 수 없고 오로지 PC에서만 가능하다. 상당수의 기능을 PC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아무개 씨는 “어플 사상 최악의 사용성이다. 공인인증서 등록 버튼도 찾기 힘들고 심심하면 튕겨나가기까지 해 두 번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 아무개 씨도 “대단하다. PC로 공인인증서 깔려고 하면 또 보안프로그램 설치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으로 내보내려고 해도 또 보안프로그램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사법포털 앱은 사건 조회 등 기본적인 기능은 수행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모바일로 모든 기능이 되면 좋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개인이 형사사건에 대해 열람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이 강화된 부분이다. 원래 검찰청을 방문한 뒤 업무를 봐야 하는 것이지만 편의상 앱을 만든 것이다. 물론 이용자들의 불편점은 이해하지만 개선점은 반영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허청의 ‘디지털 창의와 발명’ 앱은 초등용 발명 학습용 디지털 텍스트 북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특허청은 앱 개발에 1억 원의 예산을 쏟았다. 하지만 앱이 출시된 2015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앱의 하루 평균 방문 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너무 전문적인 앱을 만들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도 문제점을 알고 있어 올해 3월에 공공기관 앱 전체를 정리했지만 여전히 많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보 개방 차원에서 앱 개발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관리가 안 된 채로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공기관 앱에 대한 관리를 방치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한 앱 개발자는 “아무래도 비용을 절감하려면 정부입장에서 영세한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주업체의 운영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최초 계약시에 유지보수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결국 계약 당시 공무원들이 잘 모르고 일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예비군앱’ 출처 불명 프로그램 깔아야…“보안보안 하더니, 앱이 내 보안 위협” 예비군앱은 출처가 불분명한 ‘DroidXAntivirus’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작동한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다. 정 아무개 씨는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예비군이다. 예비군 훈련 조회를 좀 해보려고 앱을 깔았는데 출처가 알 수 없다고 경고가 떴다. 아니, 군에서 그렇게 보안, 보안 외쳐대더니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앱이 내 보안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아무개 씨도 “도대체 앱을 이용하는데 ‘DroidXAntivirus’가 왜 필요한가. 국방부가 답변해야 한다. 굳이 없어도 가능할 것 같은데…”라고 전했다. 예비군 앱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비군 앱은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을 위한 요건으로 증명서 첨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예비군 앱을 다운받아 ‘훈련연기’ 항목을 선택하면, 훈련장소 등의 내용을 기입해야 한다. 하지만 증명서를 첨부할 수 있는 기능은 파일첨부 버튼을 눌러도 요지부동이다. 2016년 4월 12일 우 아무개 씨는 “훈련연기 서류첨부는 눌러도 안 된다. 무엇을 하려고 만들었는지… 결국 동사무소까지 직접 가서 서류 제출해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시간낭비만 시키는 최악의 앱인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DroidXAntivirus’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훈련 연기 신청은 첨부 기능을 업데이트 중이라서 이용을 정지한 상태다. 아직 해결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