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동안 남북한 소재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김수현 695만 관객 동원 모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공유가 출연한 <용의자> 등이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대부분 버림받은 공작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첩보전의 형식을 취하고 연민을 자극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최근 남북한 소재 영화는 조금 다르다. 과거,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분단의 아픔에 주력한다.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색을 띠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의 이슈는 그 자체로 극적인 소재의 창구가 되기에 이를 반영하려는 시도 아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극 재미를 추구하는 일에 주력한다.
영화 <공조> 스틸 컷
현재 후반작업에 한창인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탈북 범죄조직을 쫓기 위해 남북한 형사가 극비리에 진행하는 합동수사 이야기다. 현빈은 북한 형사로 활약한다. 모든 대사를 북한 사투리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난도 액션도 소화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빈은 이번 <공조>를 두고 “준비와 촬영에만 10개월을 쏟아부었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민감한 소재이지만 그만큼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를 갖고 관객과 만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신세계>와 <대호>로 실력을 드러낸 박훈정 감독이 장동건, 이종석, 김명민과 손잡은 <VIP>는 연쇄살인을 일삼는 북한 고위층 자제를 좇는 남한 형사와 국정원의 추격전이 주된 이야기다. 설정도 독특하지만 시나리오에는 북한 장성의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는 등 리얼리티가 상당하다. 제작진은 최근 급변한 북한 정세까지 반영한다.
영화 <용의자> 스틸 컷
또한 영화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모은 양우석 감독의 신작 역시 남북한 소재의 <스틸레인>. 북한 김정일 사후 북한과 그 주변국의 반응을 다루는 작품으로, 현재 여러 톱스타들이 출연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편으로 남북한 소재 영화의 증가는 흥행을 보장하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요즘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인 데다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즉 스타 여럿이 출연하는 이른바 ‘멀티캐스팅’, 속도감 강한 액션 및 첩보 장르, 화려한 블록버스터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남북한 소재 영화는 많게는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으로 완성된다”며 “치밀한 첩보전을 그리기 위한 해외 로케를 계획하는 등 규모가 만만치 많다. 여러 명의 스타가 공동 주연으로 나서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남북한 소재 영화는 스타들에게는 연기 변신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한류스타 이종석이 굳이 악역을 맡은 이유도 변신을 향한 열망 때문. 가장 극적인 변화를 선택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관객의 시선이 집중된 남북한 소재 블록버스터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실제로 이종석은 <VIP>에서 북한 고위 장성의 아들이지만 남북한을 넘나들며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 역을 맡아 데뷔 후 가장 과감한 연기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