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포르노 등 유출된 성관계 동영상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운동이 온라인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소라넷은 몰락했음에도 여전히 온라인상에는 유출된 일반인 성행위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P2P 사이트와 웹하드에 회원 가입만 하면 관련 동영상이 ‘국산’ ‘일반인’ ‘유출’ 등의 제목으로 게재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대학 재학생’이라거나 ‘어디서 일하는 아무개’라는 표현으로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 인물의 신상을 적어놓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남성은 “웹하드에서 야한 동영상을 볼 때 일부러 국산 동영상을 찾아본다”며 “일본이나 서양에서 기획해 만든 포르노보다 현실감이 있기에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둑 촬영된 동영상에 대한 거부감이나 유출된 영상의 등장인물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또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남성이 해당 동영상이 범죄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터넷상의 개인 성행위 동영상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방통위에 접수돼 처리된 개인 성행위 동영상 삭제 민원은 총 3397건으로, 2014년(1404건)에 비해 2.4배나 증가했다.
개인 성행위 동영상은 온라인에 공개되면 순식간에 다양한 경로로 퍼지며, 국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게재된 경우 콘텐츠 삭제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온라인상 개인 동영상 유출 피해는 대부분 ‘리벤지 포르노’로 이별 뒤 헤어진 연인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보복성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경우가 다수다.
피해자들이 직접 전문 업체에 의뢰해 동영상을 삭제하는데, 비용은 평균 300만 원선으로 비싼 편이다.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본인의 허락없이 올라가 있는 동영상은 총 10만 건가량 된다. 그 가운데 리벤지 포르노 관련 부분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도 의뢰 요청이 들어오는 건 가운데 40%는 리벤지 성격으로 유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게 한 번 의뢰할 경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집중관리 기간을 가진다. 일반적인 영상의 경우 3개월, 게시물이 특별히 대중의 흥미를 끄는 내용인 경우에는 6개월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그 이후에도 모니터링 기간을 가지며 한두 달에 한 건씩 다시 올라오는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인권 프로젝트팀 르포의 ‘그만해 시청강간’ 홍보영상 캡처.
개인 영상을 삭제해주는 업체가 성황을 이룰 정도로 리벤지 포르노 및 불법 몰카 동영상이 만연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리벤지 포르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여성인권 프로젝트팀 ‘르포’는 최근 ‘그만해 시청강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르포는 애초 소라넷 폐쇄를 목적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었으나, 소라넷이 폐쇄된 이후 리벤지 포르노나 불법 사이트와 관련된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그만해 시청강간’ 프로젝트는 리벤지 포르노를 ‘유출 성폭행’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들은 ‘유출 성폭행’ 동영상 대신 귀신 영상을 유포해 경고한다. 제목의 키워드를 보고 개인 성관계 동영상으로 착각한 이들이 해당 영상을 클릭하면 귀신 영상과 함께 등장하는 경고 문구에 놀라 영상 재생을 중지하거나 삭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예나 르포 대표는 “우리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성범죄’ ‘시청 성폭행’이라고 부른다. 리벤지 포르노는 ‘음란’ ‘부도덕’하다는 의미를 내포해 피해자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물(리벤지 포르노)이 쉽게 유통되는 과정에서 최초 유포자뿐만 아니라 다운로더와 2차 유포자, 시청자까지 모두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있다. ‘시청 성폭행’과 ‘유출 성폭행’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하 대표는 “시청강간범을 유인하기 위해 그들이 선호하는 키워드를 사용해 가짜영상을 올리고, 조회수를 분석하는 등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에 유통되는 한국 포르노들 가운데 유출 성폭행 동영상이 다수이며 ‘유출’ ‘강간’ ‘어린’이라는 키워드가 첨부될수록 더욱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그것을 소비하는 것은 강간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직접 가짜영상을 웹하드 사이트에 게재해 본 결과, 특히 ‘어린’이라는 키워드가 유독 조회수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 대표는 “우리 팀이 모니터링한 결과, 특히 대상이 미성년자인 경우 노출이 없거나 관능적 코드가 전혀 없는 사진과 영상물도 ‘은꼴사(은근히 섹슈얼한 사진)’라는 명칭으로 여러 사이트에 유출·유포되고 있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모두가 겪을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타자화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웹하드 털기’ 운동 참가자들은 유출 성관계 동영상에 대해 가해자인 남성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웹하드 털기에 가담한 한 회원은 “해당 동영상이 ‘몰카’라는 것을 강조해 범죄임을 알리는 댓글을 달고, 해당 영상을 신고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다른 회원은 “댓글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려는 이들이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스위치·안경 등 몰카장비 쇼핑몰서 규제 없이 팔린다 온라인상에 판매중인 변형 캠코더. 보안목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나 몰래 카메라 성범죄에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리벤지 포르노와 함께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총 7623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 1523건과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몰카 촬영을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 범죄는 훨씬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몰카 범죄가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배경에는 몰카 장비의 진화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한 몰래카메라를 만나볼 수 있었다. 특별한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 ‘위장형 캠코더’ ‘위장형 CCTV’ ’스파이캠’ ‘초소형 캠코더’ 등을 검색하기만 하면 구매 가능한 여러 종류의 위장형 카메라들이 올라와 있다. 쇼핑몰 사이트에서는 화재경보기와 전등, 마우스, 액자, 벽스위치, 옷걸이 등의 모양을 한 고정형 위장 캠코더부터 볼펜, 시계, 옷걸이, 차키, 안경, 벨트, 넥타이, 단추, 담배케이스 등의 모양을 한 휴대용 위장 캠코더까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촬영이 가능하다” “전문가조차도 찾기 힘들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등의 홍보문구 또한 빠지지 않는다. 위장 카메라의 렌즈 반짝임을 최소화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 이후 한 달간 집중 단속기간을 갖고 24건 1430개의 불법 몰래 카메라를 압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이 여전히 별다른 규제 없이 쉽게 판매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형 몰카 관련해서는 관련 범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수사를 하고 있다. 변형된 몰래 카메라라 할지라도 현행법상 인증 받은 합법적인 장비는 단속대상이 아니라 유통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