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은 ‘공중파’ 방송에 나가지 못하고 대학 축제 사회를 보며 입담을 과시할 때도 이승엽이 매니저를 ‘자처’하며 시간 날 때마다 쫓아다녔다고 말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람석 맨 꼭대기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가 끝날 때쯤 승용차를 가지고 와선 날 태워갔다. 행사 관계자들 입장에선 ‘국민타자’가 무명의 개그맨 김제동의 운전기사로 변신한 모습을 보며 나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 어린 친구가 보잘 것 없는 날 위해 그런 배려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다. 54호 홈런을 때렸던 99년이나 53호 홈런을 치고 있는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는 사람이 이승엽이다.”
김제동은 얼마 전 이승엽이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을 선물로 주며 배경화면에 자신의 사진을 저장한 뒤 ‘의형제’라고 입력한 일을 잊지 못한다.
“대구에서 생활할 때 승엽이가 일부러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다녔다. 자신의 인기를 과시함이 아닌 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나더러 어깨동무하라고 하는데 내 키가 승엽이 어깨에도 닿지 않아 팔을 두를 수가 없다.”
이승엽이 원정경기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컴퓨터로 장기 ‘뜨기’. 상대는 항상 김제동이다. 김제동 앞에선 ‘국민타자’도 ‘홈런타자’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이승엽만 존재한다고.
김제동은 “내 결혼식 때 승엽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결혼식 사회를 보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 여자들을 상대로 ‘작업’중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쪽엔 별로 재주가 없는 친구라 기대를 안하고 있다”면서 “승엽이가 미국 가면 나도 따라 갈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LA 한인방송쪽을 알아보고 있다”는 농담으로 이승엽과의 우정을 과시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