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선 항공기의 지연이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만 5대 중 1대꼴로 지연됐다.
항공통계 작성 기관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이 작성한 ‘항공통계 작성 매뉴얼’을 근간으로 국내선과 국제선의 지연율을 집계한다. 여기서 항공기 지연은 출발 예정 시간보다 이륙 시간이 국내선은 30분, 국제선은 60분 이상 늦어질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국내선의 경우 오전 10시 출발 예정이었던 항공기가 10시 30분 이내에만 이륙하면 지연이 아닌 셈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가 별도로 지연을 체크하고, 이 자료를 내부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국가기관이 발표하는 지연 통계 자료를 참고할 필요가 없다”며 “계산법도 다른 데다 그 수치도 다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공항 및 연도별 지연율은 잘 정리돼 있지만 항공사별 지연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항공사에서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지연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이륙 시간이 아닌 푸시백(후진을 못하는 항공기를 특수 견인차가 유도로까지 이동시키는 작업)을 삼고 있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5~15분 이상 푸시백이 늦어질 경우 지연으로 집계하는 것이다. 각 항공사별로 지연으로 간주하는 시간차가 모두 다르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국내선과 국제선 각각 15분,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5분, 국제선 10분 기준이다.
인천공한 내 출국장 앞. 사진=비즈한국DB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3~2015년) 국내선은 5.46%→7.51%→10.39%, 국제선은 3.85%→4.01%→4.35%로 지연율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공항공사가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공항의 지연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선은 19.29%, 국제선은 4.31%로 나타났다. 국내선의 경우 5대 중 1대꼴로 지연이 되는 셈이다.
대다수 이용객들은 10분 내지 20분 늦게 이륙한 경우도 지연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연 출발에 따라 시간 허비와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김포-제주 구간을 이용한 강성연 씨(27)는 “왕복 4번 항공기를 이용했지만 매번 20분씩 지연됐다”며 “모든 이용객들이 짜증을 냈고, 탑승 수속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렌트 차량을 늦게 인수해 1만 원, 김포에서는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야 해서 2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는데도 이게 지연이 아니라니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제주 구간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용한다는 김희선 씨(30)도 “3년 가까이 매달 제주행 비행기를 타지만 지연되지 않았던 적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이용객들의 지연에 따른 고충을 수렴하기 위해서라면 당장 통계 매뉴얼이 수정돼야 한다. 10분이나 20분 지연되더라도 안내할 때는 ‘지연’이라고 말하면서 통계에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즈한국>에서는 이용객들이 호소하고 있는 체감 상 지연율을 보다 명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한국공항공사에 이륙 시간 기준 30분 이내가 포함된 지연율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한국공항공사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거절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출발 예정 시간과 이륙 시간의 차이가 30분 이상 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자료를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10~20분 지연된 경우는 애초에 데이터가 없다”면서 “각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지연을 체크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