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원전 밀집지역이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원전 도입을 백지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 건설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위험이 노출된 상황에서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전력난 해소에 있지만 실제로는 건설사와 정부의 경제 문제가 주 원인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4곳이다. 이미 완공된 신고리 3·4호기는 현재 시운전 중이다. 이외에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가 건설 예정이다.
가장 문제가 된 원전은 경남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다.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신고리 5·6호기는 현재 부지정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신고리 5·6호기 반경 40㎞ 안에 최근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일광단층 등 주요 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조감도.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정부에서는 신고리 5·6호기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총 8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수원 측은 “연인원 400만 명이 공사에 투입돼 건설부터 운영까지 총 3조 9000억 원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근 불황인 건설업계에도 원전 건설은 단비나 다름없다. 신고리 5·6호기의 시공사는 삼성물산(51%), 두산중공업(39%), 한화건설(10%)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이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6월 1조 1775억 원에 원전건설자로 낙찰됐다.
컨소시엄 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불안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4년 2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약 37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두산중공업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780억 원에서 620억 원으로 줄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4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지난해 7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9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대리급 이상의 건설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신고리 5·6호기는 삼성물산에 6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가져다주는 공사다. 원전 공사가 중단된다면 삼성물산으로서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6월 1조 1775억 원의 가격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낙찰받았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원전 백지화는 건설사뿐 아니라 한수원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지금까지 신고리 5·6호기에 투입한 예산이 모두 매몰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한수원 고리본부에 따르면 최근까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위해 들어간 예산은 총 1조 27억 원이다. 더욱이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과 건설사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원전 건설이 중단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여론은 지켜보고 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 발주처와 입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부가 공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기에 우리는 원전 백지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대신 안전을 강조하면서 여론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내진설계는 완벽하기 때문에 지진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따른 바닷물이 직접적 원인이었는데, 신고리 5·6호기는 위치상 바닷물에 의한 사고는 발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 측 의견이 만만치 않아 한동안 원전 공사에 대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에 대한 논의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최근 국회에서도 주요 안건이니만큼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원전에 대한 우려를 기회로 보는 기업도 있다. 지난해 고리원전 1호기가 노후화해 폐쇄 결정이 나면서 원전해체사업이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고리 1호기 해체를 맡을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GS건설 등 많은 회사가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해체 비용은 15조 원, 세계적으로는 44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특히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원전해체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해체 시장은 제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두산중공업이 주기기를 만들어왔고 유지·관리, 보수 등의 업무도 꾸준히 해온 만큼 경쟁업체보다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신한울 3·4호기 수주 어쩌나? 원전 주기기 납품 두산중공업 속앓이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기업이다. 두산중공업은 1980년대 이후 건설한 대부분 국내 원전에 주기기를 납품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에도 주기기를 납품하고 있다. 4곳에 납품하는 주기기의 총 규모는 4조 5000억 원 수준이다. 올해 말 수주 예정인 신한울 3·4호기에도 두산중공업이 주기기를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국내 유일한 후보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수주 규모는 약 2조 2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인 11조 4000억 원의 약 20%에 해당한다. 그러나 새로운 원전 건설은 여론이 잠잠해지기 전까지 착공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따라서 신한울 3·4호기는 연내 승인을 장담할 수 없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에 너무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은 남아공 발전소,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소, 베트남 발전소 등 여러 해외 수주를 앞두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하면 원자력 사업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력사업은 화력발전이고 매출의 70~80%는 해외에서 나온다”며 “신한울 3·4호기 수주에 차질이 생기면 아쉽긴 하겠지만 해외 실적이 좋으니 목표에 충분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