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퇴임한 윤영관 전 장관. | ||
그동안 강화파와 재조정파간의 알력 다툼은 노 정권의 외교 정책에 계속 ‘환부’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평이다. 소위 ‘한미 동맹’과 ‘자주’로 대칭되는 외교안보 라인의 대립 속에 노 대통령 역시 갈팡질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맹과 자주는 다소 점잖은 표현에 속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동맹을 ‘숭미(崇美)’, 자주를 ‘반미(反美)’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서 이를 완화시켜 전자를 한미동맹 강화파로, 후자를 한미동맹 재조정파로 각각 구분해서 부르고 있다. 미국식으로 ‘매파’와 ‘비둘기파’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양편의 논쟁이 가히 조선시대 동인과 서인의 당쟁을 연상시키고 있다.
대체적으로 외교통상부 주변에서는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실을 강화파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통일원, 국정원 등을 재조정파로 부르고 있다.
따라서 강화파는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 김희상 국방보좌관 등이, 재조정파는 정세현 통일부 장관, 이종석 NSC 사무처장,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통상부의 수장인 윤 전 장관 역시 강화파로 분류되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12일 한 사석에서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미국에게는 고분고분하면서 안에 와서 떠들고, 안에서는 민족자주를 대변하는 것처럼 떠들면서 미국 사람들만 만나면 빌어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노골적으로 재조정파를 비난한 바 있다.
이번에 더욱 문제가 된 발언에는 “청와대 NSC의 젊은 보좌진은 ‘탈레반’ 수준이며, 윤영관 장관과 한승주 주미대사는 이들 젊은 세력들에 밀려 제대로 힘도 못 쓴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의 외교부 간부들의 폄하 발언과 윤 전 장관의 전격 사표 수리는 일견 재조정파에 의한 강화파의 패배로 비쳤다. 미국에서 후임 장관의 인선을 예의주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후임 외교통상부 장관의 인선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표면상 불거지는 대립 양상처럼 양측간의 문제가 그 정도로 심각한 골이 패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실무팀장격인 외교통상부의 이수혁 차관보와 이종석 사무차장간에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 이 차관보는 “이 차장은 합리적인 사람이고, 미국과의 협력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신임 반 장관의 양측 조정 능력이다. 현재 반 장관의 외교 성향, 특히 북핵 문제 성향은 참여정부의 진보적 성향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친미 성향의 보수성을 들어 미국과 국내 보수세력을 설득시키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최근 언론 인터뷰는 대개가 북핵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친북 성향에 대한 일부 비판에 대해 해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