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그녀를 말하다

	▲ 전도연이 출연했던 영화들. 위쪽부터 <접속> <내 마음의 풍금>

영화배우 전도연은 소위 말하는 벼락스타였다. 탤런트로 데뷔, <종합병원> 등에 출연해온 전도연은 처음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급 여배우였다. <종합병원>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유방암 여부를 진단하는 장면에서 등 부위를 노출한 정도가 화제였다.

이런 전도연에게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준 작품이 바로 영화 <접속>이었다. 도시적인 매력이 가득 풍기는 여성으로 출연한 전도연은 이 작품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최고의 영화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전도연의 작품 활동은 ‘규정되지 않는 이미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청순가련’ ‘코믹’ ‘섹시’ 등 여배우를 분류하는 일반적 기준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기준의 여배우로 성장해온 것이다.

조폭 두목과 사랑에 빠진 의사(<약속>)나 노총각과 알콩달콩 사랑에 빠지는 학원강사(<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선보인 일상적인 모습부터 순박한 시골처녀(<내 마음의 풍금>), 순정을 간직한 여인(<스캔들>), 라운드 걸 출신 가수 지망생(<피도 눈물도 없이>) 등 전도연이 맡아온 역할은 하나같이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다.

아이에게 수면제까지 먹이며 바람을 피우는 유부녀(<해피엔드>)역할과 첫사랑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소녀(<인어공주>) 역할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국내 여배우는 전도연이 유일할 정도다.

	▲ 위쪽부터 <해피엔드> <스캔들>.

전도연이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두려움 없는 프로정신 때문이다. 특히 노출과 망가지는 외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연기력 보다는 이미지가 중시되고 연기활동보다는 CF가 중요한 요즘 연예계에서 파격적인 노출이나 촌티 나는 분장 등은 절대 피해야 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 하지만 전도연은 이 두 가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실제 전도연은 경력과 인기에 비해 CF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다. CF를 한두 편 하게 되더라도 파격적인 노출이나 촌티 나는 모습의 영화가 개봉될 즈음에 대부분의 CF 계약이 정리되곤 했다. 좋은 연기를 위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CF를 포기한 것.

전도연은 은퇴한 심은하, 최근 잠잠한 고소영 등과 함께 신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어온 한 국 영화계의 자존심이다.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두려움 없는 프로정신 때문일 것이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