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전도연이 서울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일요신문>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취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까무잡잡하고 주근깨 많은 ‘연순(영화 속 어머니의 젊은 시절)’에서 현대판 미인 ‘나영(영화 속 현재 모습)’으로 인어공주가 분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두 시간. 1인 2역으로 출연한 전도연은 제주도의 우도에 마련된 촬영 현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변신을 거듭하며 영화 <인어공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스크린 속의 연순과 나영이 아닌 배우 전도연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여섯 달 동안 계속된 영화 <인어공주>의 홍보 활동으로 한창 바쁘게 보내는 전도연과의 인터뷰를 통해 ‘담백녀’ ‘화끈녀’ 전도연의 또 다른 모습을 소개한다.
“박찬욱 감독님이 칸에서 ‘재미있게 봐달라’는 이야기만 계속 하셨다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러네요.”
영화 <인어공주>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선 전도연이 밝힌 소감이다. 그동안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언제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모습을 선보여온 전도연은 이번 영화에서 한꺼번에 두 가지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1인 2역이었던 두 캐릭터는 20여년의 터울이 지는 어머니와 딸. 현실의 딸 ‘나영’이 우연히 20여 년 전 어머니 ‘연순’의 처녀 시절로 돌아간다는 설정으로 인해 전도연은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판타지를 홀로 완성시켜야 했다.
“연순과 나영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둘 가운데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연기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라는 전도연은 “여기에다 마치 외국어와 같이 느껴졌던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감정 연기 몰입이 힘들어 고생이었죠”라고 얘기한다.
게다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처녀시절 ‘해녀’였던 연순을 연기하기 위해 ‘물질’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 실제 제주도 출신인 고두심은 수영을 전혀 못해 어려움이 컸지만 다행히 전도연의 수영 실력은 뛰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 바다의 추위였다.
당시 촬영장인 제주도 우도 부근 바다의 수온은 일반인이 10분도 견디기 힘든 상태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한번 물에 들어가면 30분 이상을 촬영에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쉬는 시간 물 밖으로 나오면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은 임시 욕조에 들어가 몸을 녹인 뒤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를 받았다. 그래도 한기가 남아 덜덜 떨면서 휴식을 취하다가도 촬영이 다시 시작되면 배시시 웃으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스태프들이 되레 긴장했다고. 박흥식 감독마저 “리허설 필요 없다. 빨리 슛 들어가”라고 외쳤을 정도다.
전도연이 이번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음은 그가 최초로 시사회를 보며 울었다는 사실에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시사회장에서 울어보기는 처음”이라는 전도연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라고 얘기한다. 전도연은 영화계에서 효녀로 유명하다. 1남 2녀 가운데 막내로 늦둥이인 전도연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그만큼 부모님께도 잘하는 편이다. 전도연의 매니저 고재진씨는 “어머니와 함께 장보고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가는 등 촬영을 쉴 때는 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전도연은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을 이렇게 전한다.
영화속 나영이 부모의 연애담을 훔쳐본 것처럼 전도연도 부모의 연애담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 부모님은 연애결혼을 하셨대요. 어머니가 굉장한 미인이라 아버지가 한참 동안 쫓아다니는 등 공을 들인 후에야 결혼에 성공하셨대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보모님에게 가장 큰 효도는 아무래도 결혼이 될 듯하지만 아직은 애인이 없어 결혼 계획은 없다고 못 박는다. 사실 전도연은 이미 여러 차례 결혼설이 오갈 만큼 열애설이 많았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농구선수 현주엽과는 공개 커플로 보일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몇 차례 결별과 재결합 소문이 오갈 정도였으나 결국 좋은 누나-동생 관계로 남았다. 지난해에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장남 최우진씨와 열애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서로가 일에 더 열중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져 친구 사이로 머물게 됐다.
최근에는 <인어공주> 촬영장에서 스태프 한 명과 열애설이 나돈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는 과정에서 그런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라면서 “대부분의 스태프와 모두 친하게 지냈는데 왜 유독 한 사람과 열애설이 났는지 신기하네요”라며 특유의 코맹맹이 웃음을 터트린다.
전도연은 영화 촬영 때마다 스태프를 잘 챙기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스태프 전원에게 털모자를 선물했을 정도. 격의 없이 어울리고 함께 술자리에서 장난도 잘 치는 소탈한 성격 탓에 이런 소문이 나돈 것이다. 매니저 고씨는 “영화 촬영 때마다 꼭 스태프와 열애설이 나돌곤 한다”면서 “그렇다고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뭐라 할 수고 없고 참 난감할 때가 많다”고 얘기한다.
<스캔들>의 배용준, <인어공주>의 박해일 등 최정상 인기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유독 동료 배우와의 열애설은 없었다. 물론 촬영 현장에서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할 만큼 남자 배우들과도 소탈하게 지내는 편. 다만 두 배우 모두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피해갈 수 있었다.
전도연의 이후 계획은 결혼과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 소망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를 입에 달고 지내는 그이지만 아직 인생의 반려자는 만나지 못했다. 작품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차기작을 고르지 못한 상태. 소위 ‘필’(느낌)을 중시하는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많이 받아봤지만 느낌이 좋은 영화를 만나지 못했다”면서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겠다고. ‘나날이 발전하는 배우’. 이것이 전도연을 소개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얼마나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설 것인지, 전도연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