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는 10년 주기설이 있다. 1995년 미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올린 바 있다. 얼마 후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쳐 중남미 외환위기와 아시아 외환위기가 일어났다. 2006년 미국은 다시 물가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1%에서 5.25% 올린 바 있다. 그러자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하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여 세계경제를 금융위기에 몰아넣었다. 2016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다시 10년만에 금리를 올리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경제가 위기의 함정에 빠질 것인가?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해 신흥국들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러시아, 베네주엘라, 남아공, 터키 등 원유 및 원자재 수출국들은 국가부도 위험이 높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외국자본이 대거 유출하여 신흥국들이 연쇄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면 세계경제는 다시 불황의 수렁에 빠진다.
현재 우리 경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와 상황이 유사하다. 2000년대 초 미국은 침체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6.25%에서 1%로 낮추었다. 그러나 경기회복 효과는 미미했다. 대신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이 용이하여 저소득층의 주택매입이 급격히 늘었다. 이런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1%에서 5.25%로 올리자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5차례나 내려 2.5%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1.25%까지 낮추었다. 그러나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주택시장이 거품에 들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외국자본의 유출이 본격화하고 국내금리가 오를 수 있다. 그러면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지며 주택시장이 경제를 안고 쓰러지는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일단 정부는 주택시장을 활성화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인위적 경기부양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산업구조조정을 서두르고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연구개발투자를 늘려 신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행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에 앞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과열된 주택시장이 안정화하여 금리를 내려도 주택담보대출이 늘지 않는다. 그리고 저금리의 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흘러 경제가 성장동력을 되찾는다. 더욱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갈 곳이 여의치 않은 국제자본이 우리나라에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과 장기 통화스왑을 체결하여 외환위기 가능성을 줄이는 대책도 필요하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