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방 탈출 카페는 원하는 테마가 있는 카페를 찾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단서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면 갇혀 있던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게임이다. 지난 9월 29일 서울 혜화동의 한 방 탈출 카페를 찾아 직접 경험해봤다.
서울 혜화동의 방 탈출 카페 내부 사진.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카페에 들어서자 어두운 내부 분위기에 자그마한 방들이 굳게 잠겨 있다. 게임에서 각종 단서가 되는 것들과 게임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휴대폰과 소지품을 맡겼다. 다양한 테마 중 선택한 것은 ‘파파라치’ 테마. 체험자는 불륜을 저질러 파파라치에게 현장 사진을 찍힌 톱스타로 설정된다. 체험자가 파파라치의 집에서 단서를 좇아 자신의 불륜사진을 찾으면 방에서 탈출할 수 있다.
파파라치의 방 안에는 소품과 단서가 널려 있고 곳곳에는 자물쇠로 잠긴 힌트가 숨어 있다. 단서를 조합하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에 쫓겨 탈출하지 못할까 조급해진다. 힌트와 단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 튀어나온다. 도저히 답을 모를 때는 방 안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힌트를 구할 수 있다. 방 안에는 센서와 전자장치를 이용한 단서들이 심어져 있어 몰입감이 한층 높아졌다.
천신만고 끝에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최종 암호를 알아낸 것은 게임 종료시간을 26분 남긴 때였다. 게임 시간이 1시간이니 34분 만에 최종 암호를 풀어낸 것이다. 암호를 풀자 문이 열리며 카페 매니저가 “축하합니다. 방에서 탈출하셨습니다”라고 환호했다. 묘한 쾌감과 짜릿함이 들었다. 방 탈출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한 고객은 “실패하면 매니저가 들어와서 어떤 부분을 잘못 풀었는지 설명해주는데, 열패감과 좌절감에 휩싸인다”며 “그러면 방 탈출 욕구가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헝가리와 일본에서 시작된 방 탈출 게임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1년 6개월 남짓. 강남과 홍대 주변을 필두로 전국으로 퍼져나가 창업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방 탈출 카페 업체 비트포비아 관계자는 “카페는 늘어나지만 지점별로 영업이 힘든 곳도 있다”며 “업력이 짧은 만큼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방 탈출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테마와 콘텐츠다. 감옥 탈출과 공포물 위주였던 초기 테마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회사 탈출과 내무반 탈출 등으로 내용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번 탈출해본 테마를 고객들이 다시 체험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방 탈출 카페의 테마와 콘텐츠는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비트포비아 관계자는 “난이도에 따라 탈출률을 다르게 설정한다”며 “초심자용은 50% 정도의 높은 탈출률을, 상급자용은 10% 이내의 탈출률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방 탈출 게임을 즐긴다는 회사원 김지녕 씨(30)는 “게임을 자주하다 보니 테마와 난이도에 따라 방 탈출 카페를 선택한다”며 “경기 분당의 한 방 탈출 카페는 ‘회사’를 탈출하는 테마를 출시했는데 유독 탈출률이 높아, 시시해서인지 그 테마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테마 기획에 대한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아이디어 개발도 활발해진다. 상시적으로 단서나 문제를 업그레이드하고 가상현실(VR) 기기와 전자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부산의 한 방 탈출 카페는 ‘인터스텔라’ 테마를 도입해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 최초의 VR체험 존인 서울 강남역 VR플러스 카페 내부.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방 탈출 카페와 함께 ‘VR방’도 유행이다. VR플러스는 강남에 쇼룸을 열고 무료로 VR게임과 어드벤처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1호 VR방인 강남점에서는 롤러코스터·탁구·슈팅게임 등 다섯 가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VR플러스는 대구, 울산, 부산 등 전국 각지에 VR방을 만들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롤러코스터 체험이다. VR기기를 쓰고 의자에 앉으면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좌우로 흔들리며 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의자가 영상을 따라 움직인다. 체험자가 고개를 돌리면 입체영상이 움직이고, 속도에 따라 바람도 나와 한층 생생함을 더한다. 고점에 도달해 하강하는 장면에서는 실제처럼 아찔해 눈을 감는 체험자도 있다.
국내 최초로 VR방을 시도한 황명중 VR플러스 이사는 “대만과 중국에 VR방이 있는데 IT강국인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시작했다”며 “최종적으로 VR을 활용해 실내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