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고문.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모임의 가장 큰 목적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외연확장으로 추정된다. 한 간부 인사는 회원들에게 “손 전 고문은 이미 많은 조직이 있지만 기존 조직은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외연확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모임을 만든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모임의 대표도 새누리당 소속 인물이 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정치 신인에게 패배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라남도 강진의 한 토굴에서 칩거해왔다. 손 전 고문은 지난 9월 20일 전남 강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정계복귀 의사를 일부 내비치긴 했지만 아직까진 공식적으로 정계복귀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
당시 강연에서 손 전 고문은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이곳(강진 토굴)을 떠날 것 같다”며 “다산의 개혁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은 손 전 고문에게 몰려가 ‘대권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손 전 고문은 “먼 데서 오셔서 고생이 많다”며 말을 아꼈다.
‘손잡고 미래로’는 아직 창립 초기 단계로 몇 차례 비공개 모임만 가졌을 뿐 정관이나 회칙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 모임에는 김 전 시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지역 당협위원장 등 새누리당 인사들과 국민의당 소속 전직 국회의원, 민주당 출신 인사 등 여야를 아우르는 인물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임에는 손 전 고문 친형인 손덕규 전 공군 예비역 준장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 전 준장은 손 전 고문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손 전 준장은 선거 때마다 손 전 고문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직접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설 수 없었던 손 전 고문은 손 전 준장을 대신 보내 측근들의 선거 운동을 돕기도 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손 전 준장이 직접 인사 영입에 나서는 등 주도적으로 모임을 이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손 전 준장은 “나는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마침 서울에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가 그런 모임이 있다 길래 한두 번 참석했을 뿐이지 정식 회원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는 “손 전 고문의 단순 팬클럽 모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이 많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은 모임”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손 전 고문은 대수롭지 않은 모임이라면서도 기자에게 수차례 ‘누가 모임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냐?’고 물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모임에서는 흥미로운 발언들도 다수 나왔던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한 참석자는 “손 전 고문이 더불어민주당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재인 전 대표 측 친노 인사들은 외연확장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 또는 고향(새누리당)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손 전 고문 측근들이 이미 대선 조직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 전 고문이 움직이면 (더민주 내 손학규계 인사들의)탈당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손 전 준장은 “일부 참석자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모양인데 큰 의미는 없다. 모임을 주도하는 분들이 친이계(친이명박) 사람으로 친박(친박근혜)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던 사람들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그 분들이 손 전 고문이 가는 곳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손 전 고문이 새누리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손 전 고문측도 모임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인사들 중 일부가 최근 손 전 고문을 만나고 온 것으로 안다”면서도 “손 전 고문에게 모임에 대해 이야기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모임과 관련해 손 전 고문에게 언급한 바가 없다”고 대답했다.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전 시의장은 모임에 대해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끼리 그저 소주 한잔 하는 모임”이라며 역시 과대해석을 경계했다. ‘손잡고 미래로’라는 모임 명에서 ‘손’도 손 전 고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모임에 손 전 고문의 친형과 최측근 전직 의원 등이 참석한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시의장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 전 시의장은 새누리당 인사들이 모임에 다수 참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 제가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분들인데 당적을 일일이 확인하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모임을 가지다 보니 당적이 다른 분들도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임에서 다소 민감한 발언들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술 한 잔 하다보면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저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공식적인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