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9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홍 지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심이 끝난 직후 “노상강도 당한 느낌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납득하지 못할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서 유죄를 선고했다. 나중에 저승에 가서 성완종한테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돈은 엉뚱한 사람에게 다 줘놓고 왜 나한테 덮어씌웠는지 물어 보겠다”라며 반발했다.
홍 지사에게 악재는 또 있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무상 급식 지원 중단 등 책임을 물어 올해 2월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한 것이다. 최종 심사 결과, 유효 서명이 약 3% 부족해 주민소환투표는 무산됐다. 9월 26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명은 청구요건인 27만 1032명(도내 유권자 10%)에 8395명 모자랐다.
주민소환투표 위기를 넘긴 홍 지사 측은 현재로서 중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9월 9일 홍 지사는 “1년 2개월 재판 동안 단 한 번도 도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도정에만 전념하고 상급심에서 누명을 벗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 측 관계자들 또한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 지사가 중도 사퇴할 경우 대선 앞두고 보궐선거가 열린다.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재선거는 4월 중 첫 번째 수요일, 선거일 전 30일 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선거는 그 다음 보궐선거 등의 선거일에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내년 2월 안에 사퇴하게 된다면 보궐선거는 그 해 4월에 치러지게 되는 셈이다.
홍 지사가 사퇴해 내년 4월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면 이는 곧 대선 전초전으로 풀이될 수 있다. 홍 지사 뚝심에 친박 핵심부가 안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칫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대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더군다나 현 정부 들어 부산·경남(PK) 민심이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또한 홍 지사 재판이 길어질수록 여권에선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 남긴 리스트엔 홍 지사뿐 아니라 또 다른 핵심 친박 인사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통상 상고심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대선까지는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얘기다.
허성무 전 경남 정무부지사는 “만약에 지금 사퇴해 내년 4월에 보궐선거가 있다면, 경남에서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여권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4·13총선에서 PK와 TK에서 야권이 받은 표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지사 보궐선거가 생겨 여권이 실패한다면 대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산, 울산, 대구, 경북까지 결과가 급속도로 확산된다. 대선의 결정타가 되는 것이다. 홍 지사가 내년 연말 대선 이후까지 버텨 주는 것이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경남 지사를 야권에 뺏기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회복 불능의 큰 상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남이 지역구인 한 의원 보좌관은 “관심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홍 지사로선) 대선 행 아니면 정계 은퇴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나. 홍 지사는 동료 의원들한테도 민심을 잃었다. ‘버티기’에 이익 보는 사람 몇 명이나 될까 의문이다. 오히려 도지사직 차기 인사에 관심이 간다”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