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6세 여아 주 아무개 양은 아버지 주 아무개 씨(47)와 어머니 김 아무개 씨(30)가 3년 전부터 길러온 입양아였다. 김 씨의 지인 A 씨가 이혼으로 홀로 양육이 힘들게 되자 김 씨가 입양을 결정했다. 주 씨 부부는 10년 전부터 동거를 했고 3년 전 혼인신고를 하며 주 양을 입양했다. 1년 전부터는 주 씨 지인의 딸인 임 아무개 씨(19)도 개인 사정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주 씨 부부와 임 씨는 지난 9월 28일 주 양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투명테이프로 온몸을 감으며 학대했다. 이들은 이전부터 유사한 방법의 학대를 해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들 3명은 이날 테이프에 감긴 주 양을 다음날까지 방치한 채 외출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지속했다. 큰 사고 없이 지나갔던 이전과 달리 이날은 달랐다.
김 씨는 9월 29일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주 양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고 했다. 심폐소생술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지만 주 양은 이내 숨을 거뒀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행동은 딸의 죽음 이후에도 상식에서 벗어났다.
이들은 딸의 시신이 공개되면 학대정황이 발각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신을 불태우기로 결정한 것. 주 양의 시신은 9월 30일 밤 주거지였던 포천 인근의 야산에서 불태워졌다. 주 씨 부부와 임 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10월 1일 인천 소래포구에서 열린 축제에서 아이가 실종된 것처럼 꾸며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 양을 찾기 시작했지만 CCTV 화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처음 축제 장소에 방문할 때부터 이들이 주 양과 함께하지 않은 것.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자 이들은 이내 사실을 털어놨다.
실종신고 당시 인터넷에 주 양을 찾아달라고 올라왔던 사진. 주 양 친모의 지인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경찰은 이들을 조사한 이후 지난 10월 3일 아동학대 살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서는 4일 살인을 인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죄명을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할 계획을 밝혔다. 사체손괴·유기 혐의는 그대로 적용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은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사건을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모른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협회 부회장인 이명숙 변호사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이후 특별법이 시행되며 형량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며 “비참하고 악랄한 행각을 벌인 이번 사건이 살인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테이프로 온몸을 묶고 17시간 동안 물 한 모금 안 주고 아이를 방치했다. 이후 아이가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개인적 조치만을 취했다는 것은 죽음은 상관없이 범죄를 은폐시키기 위한 것이라 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사건을 맡고 있는 인천 남동경찰서에서도 10월 5일 주 씨 등 3명의 죄명을 다시 살인으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임을 밝혔다. 남동경찰서 관계자는 “살인 혐의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시신이 불태워져서 증거 확보는 어려워졌다”면서 “하지만 지속적으로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나 프로파일러 투입은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입양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 이어져
이번 사건이 그간의 아동학대 사건과 비교해 보이는 차이점은 주 양이 입양딸이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들은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민간 입양으로 주 양을 기르기 시작했다.
주 씨 부부가 선택한 민간 입양은 복잡한 검증 과정과 절차가 따르는 기관을 통한 입양과 달리 친부모와 입양 부모의 합의만 있으면 어려움 없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주 씨는 사기, 폭력 등 전과 10범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민간 입양 과정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기관을 통한 입양을 진행할 경우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는 수사기록조회서와 재산 증빙서류 등 다방면의 서류 심사 절차를 거친다.
입양 이후에도 기관 입양과 민간 입양이 차이를 보인다. 기관 입양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가정을 방문해 점검을 하고 지원금이 지급되는 등 관리가 지속되지만 민간 입양의 경우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도 민간 입양 가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민간 입양의 경우 사후 지원금도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입양 제도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아동 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