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과 함께한 영화 <아수라>가 9월 28일 개봉 이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200만 관객을 순식간에 모았다. 10대 관객은 볼 수 없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지만 인기를 얻는 데는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개봉 첫날 47만 5000여 명을 동원하면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는 역대 최고 성적까지 세웠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나뉘고 있다. 잔혹한 폭력의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엇갈린 평가가 있지만 영화를 떠나 정우성만 놓고 보면 관심의 온도는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중년에 이르러 더욱 깊은 매력을 뽐내는 그를 향해 30~40대는 물론이고 10~20대 젊은 층의 지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우성이 자신의 매력과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영화 ‘아수라’의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이달 3일 발표한 ‘9월 브랜드 평판지수’에 따르면 정우성은 배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9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소비자의 행동을 나타내는 빅데이터 2962만 7135개를 분석한 결과다. <아수라>에 함께 출연한 황정민은 물론이고 최근 줄곧 1위를 지켜온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송중기까지 제친 기록이다.
마침 <아수라> 개봉을 앞두고 2주 동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연이어 출연한 것도 정우성의 인기와 인지도를 급상승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기회로 <무한도전>을 적극 활용한 그의 영리한 선택은 영화를 향한 관심은 물론 자신의 인기까지 높이는 계기가 됐다.
최근 3~4년 동안 꾸준히 영화에 참여해온 정우성이지만 폭넓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 게 사실. 영화마다 흥행 편차도 컸다. 2013년 출연한 영화 <감시자들>(누적관객 550만 8017명)을 통해 존재를 재확인시켰고 이어 참여한 <신의 한 수>(356만 6844명)로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작품만큼 정우성의 인기까지 수직 상승하지는 못했다. 작품이 얻는 긍정적인 평가와 무관하게 정우성은 친근한 스타로 대중과 가까워지지 않았다.
물론 부침도 겪었다. 최근 출연한 영화 <마담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에 머물렀고 동시에 정우성은 연기력에 관한 혹독한 평가도 받아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참여한 <아수라>로 얻는 평가는 다르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출자로 통하는 김성수 감독과 15년 만에 재회해 합작한 이번 영화로 진가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의 전성기를 함께한 인물이다. 1997년 정우성의 출세작인 영화 <비트>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듬해 또 다른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재회했다. 2000년에는 중국 올 로케로 완성한 무협사극 <무사>로 또 한 번 뭉쳤다. 새로운 시도를 반복해온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감독과 배우로 손꼽힌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을 “아무 것도 모르던 나에게 영화 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자신감을 일깨워준 사람”이라고 했다. 때문에 자신에게는 “선배이자 스승”이라고도 했다. 그런 믿음을 갖고 망설임 없이 도전한 영화를 통해 배우로 재평가되는 기회를 얻고 있는 셈이다.
영화 ‘아수라’로 토론토영화제에 참석한 정우성의 현지 스냅사진.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아수라>로 얻은 자신감으로 또 다른 분야에서도 속도를 낸다. 배우를 넘어 영화감독에서 영화 제작자로, 다시 매니지먼트의 대표까지 그의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구상한 것들이다. 이미 시작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정우성은 올해 초 김하늘과 주연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내놓았다. 직접 기획하고 제작을 맡은 첫 번째 상업영화다. 오래 전부터 연기 외적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그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일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직접 쓴 시나리오부터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구상한 시나리오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편영화 연출 작업도 시작할 계획. 정우성은 “영화 연출을 더는 미루지 않을 생각”이라며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이정재와 함께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세웠다. 배우 영입에 적극 나서는 이들은 독립영화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 연기자를 발굴해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영화 <양치기들>에 출연한 신예 차래형을 영입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정우성이 연기와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배우가 영화에서 연기 이외에 다른 파트를 맡아 도전하는 일은 중요하다”는 것이 그가 가진 철학.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고 밝힌 정우성은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동료의식이 없다면 배우는 그저 스타로만 남게 된다. 동료들에게까지 스타로 군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