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동양물산. 박정훈 기자
정부는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일체를 특별법으로 한 번에 풀어주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을 지난 8월 13일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2조 5000억 원가량의 재원을 원샷법 해당 기업을 위해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동양물산기업(동양물산)이 동국제강 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국제종기)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원샷법 첫 사례라고 발표했다. 동양물산에 원샷법 지원을 위해 마련한 기금에서 160억 원 규모의 여신까지 제공하며, 원샷법의 성공사례에 대한 기대감을 대내외에 알리기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국제종기는 산업은행이 워크아웃 관리 중이던 자회사였다.
지난 4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제종기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종기는 2011년 7월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산업은행의 당시 채권액은 639억 원이었다. 국제종기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액을 주당 5000원, 175억 원 규모로 출자전환했다. 이번 동양물산 매각으로 회수하게 될 금액은 약 165억 원이지만 다시 160억 원을 대출해줘서 결국, 639억 원짜리 대출이 5년 만에 160억 원짜리 대출로 바뀐 셈이다.
물론 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매각 요구가 대내외적으로 높았지만, 국제종기의 경우 올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당기순이익도 흑자 전환됐다. 기업가치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590억 원에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대주주인 동국제강을 제외하고 채권은행 중에선 산업은행이 가장 지분이 많았기에 매각대금 등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절차상의 문제에서 특혜 대출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 이미 언급됐던 동양물산이 국제종기를 인수하겠다며 제출한 원샷법 신청서에 ‘금융지원’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당대출 수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동양물산은 산업부에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신청하기 전부터 산은과 자금지원 협의를 진행했고, 산은은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 심의 전에 자체 여신심사 절차에 따라 지원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산은은 “동양물산이 어떤 항목으로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았는지 은행이 알아야 할 필요도 알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고, 산업부도 “기업이 어떤 자금으로 계획을 실현할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번 자금지원이 원샷법 신청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은 기업간 M&A를 위해서 사전에 산은이 자금 융통을 하겠다고 승인한 셈”이라며 “금융지원 부분이 신청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잘못된 것이며 산은이 원샷법 1호 지원의 조속한 성과를 내기 위해 특혜 대출이라는 논란을 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양물산은 국제종기를 인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 590억 원 중에서 실제 동양물산이 낸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수자금 중 160억 원은 산은이 빌려줬고 나머지 430억 원은 재무안정PEF, 즉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순수한 지분투자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물산이 내부적으로 유보금 보유 수준이 330억 원대인데 필요자금 일부도 아니고 전액을 지원해준 여신심사 기준에 대해서도 특혜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 이해해기 어려운 것은, 피인수기업인 국제종기가 산은의 출자회사로 산은이 국제종기에 가지고 있는 지분은 약 28%로 이번 인수가격으로 따져보면 약 168억 원 규모다. 공교롭게도 산은이 동양물산에 제공한 여신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자회사 정리에 대한 대외적 압박이 심한 가운데 지분을 대출로 바꾼 ‘꼼수 자회사 정리’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일요신문>이 최초 확인한 결과 동양물산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누나인 박설자 씨의 남편 김희용 씨가 대표로 있는 기업으로 사실상 박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또한, 김희용 대표의 처와 김종필 전 총재의 부인은 자매관계로 두 사람은 동서지간이다. 김 대표는 김 전 총재를 후원하는 A 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이 재단은 최근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후원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샷법 1호 기업에 대한 정부와 산업은행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원샷법 수혜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에게 적용된 것도 모자라 산업은행과 산업부가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현 정권의 또 다른 ‘권력형 게이트’로 확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