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코리아가 수리한 차량을 고객에게 안내하지 않고 신차로 판매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포드 2015년형 ‘익스플로러’ 차량 내부에 녹슨 부품과 땜질 흔적. 사진제공=제보자
지난 추석 연휴, 구 아무개 씨(59)는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오랜만에 차를 몰았다. 하지만 출발길에 타이어가 찢어져 부득이하게 차를 수리업체에 맡긴 뒤 구 씨 가족은 렌터카로 여행을 가게 됐다. 여행을 마친 구 씨는 수리업체에서 뜻밖의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차체 내부부품이 녹이 슬었고 일부분 땜질 흔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구 씨는 당시 수리업체 직원으로부터 “1년도 안 된 차량인데 이렇게 녹이 슬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최소 4~5년은 돼야 이런 상태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문제가 된 구 씨 차량은 지난해 10월경 구입한 포드의 2015년형 익스플로러. 더군다나 평소에는 업무용 차량을 이용, 포드 차는 한 달에 한두 번 타는 게 다였던 구 씨는 1년 전 구입한 차량이 신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이에 구 씨는 해당 딜러사인 삼화모터스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 삼화모터스는 구 씨에게 ‘염화수소’를 언급하며 눈길에 자주 달리면 녹이 빨리 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눈 오는 날에는 오히려 차를 운행한 적이 없던 구 씨는 그 말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 차량이 해운으로 운송되고 평택항에 오래 머물러 바닷바람에 포함된 염분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말도 이어졌다.
구 씨는 “일단 차를 천안(차를 구매한 해당 딜러사가 있는 지점)으로 가져오면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포드코리아에 보고하겠다는 말만 하더라. 그래서 결함 부분 사진을 다시 한 번 보내주고 직접 와서 확인해보고 차를 가져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씨는 이후 삼화모터스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공식 사과와 구체적인 보상 계획조차 듣지 못했다고 한다.
신차인 줄 알고 구입했던 포드 자동차가 알고보니 결함 차량이었다는 황당한 일은 구 씨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강혁 씨는 더욱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8월 구입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상황에서 차의 결함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인들에게 신차를 뽑았다며 구경을 시켜주던 중 차량 문의 차체연결 부분 볼트가 풀려진 흔적을 발견했으며 조수석 펜더(앞바퀴 상단 외장제)와 차제와 연결된 부분의 실리콘이 뜯겨진 흔적을 발견했다. 이상을 느낀 이 씨는 보닛 개방 후 확인한 결과 펜더 조립볼트가 풀린 흔적도 발견했다.
이 씨는 해당 딜러사인 프리미어모터스에 즉각 항의했다. 하지만 이 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역시 ‘모르쇠’였다. 이 씨는 “(딜러사가) 일단 자체조사를 하겠다. 조사 후 확인 결과를 알려주겠다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더라”며 “그저 ‘단차조정’일 뿐이니 교환이나 환불은 안 된다. 원한다면 도색 등 작업은 해주겠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 잘못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이 씨는 지난 9월 지속적인 항의 끝에 신차 교환 및 환불 제안을 받았다. 이 씨가 우연히 차량 내부에서 발견한 PDI FLOW 문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PDI는 ‘프리 딜리버리 인스펙션(Pre-Delivery Inspection, 출고전 차량점검)’의 약자로 수입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 보관 및 정밀 점검이 이뤄지는 곳이다. 해당 문서는 PDI센터에서 작업 공정을 정리한 것이다.
수리 차량을 새차로 속아 구매한 이강혁 씨가 자신의 차에서 입수한 포드코리아의 PDI FLOW 문서. 이 씨 차를 포함한 각종 차량의 차량번호와 차대번호, 수리내역이 담겨있다.
이 씨가 발견한 PDI 문서에는 올해 5월 국내 입항 후 출고된 차량들로 PDI센터에서 수리한 내역과 함께 차대번호 등이 담겨있었다. 수리내역은 시트 찢김부터 유리 성형 불량, 범퍼 교체까지 다양했다. 차종은 이 씨의 차량인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머스탱, 쿠가, MKC, MKS, MKX 등 포드·링컨 차량 등 14대였다. 이 씨에 따르면, 문서를 보여주자 프리미어모터스 및 포드코리아는 “해당 문서가 정식 PDI 서류가 맞다”고 인정한 뒤 “문서를 SNS 등에 공개하지 말라”며 신차교환 및 환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씨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분노,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결함 있는 차량을 판 것에 대해 인정하냐고 물었을 때 ‘환불이나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말 뿐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더라. 이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고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현재 법률 자문을 통해 승소 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인했고,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포드코리아는 이에 대해 신차 인도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소비자와 개별적으로 협의해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사고 차량을 신차로 판 것이 아니고 모든 판매 과정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신차 인도 과정에서 결함이 나타난 것과 실수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고객마다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 씨 건에 대해서는 “신차 교환을 제안했지만 (이 씨가)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수리내역 고지의무 왜 안지키나 했더니… 과태료 달랑 100만원 ‘소비자 봉 만드는 법’ 통상 수입차의 경우 미국과 유럽 등지의 수입차들은 장기간 화물선으로 운송되기 때문에 국산차에 비해 수리 요인이 많다. 운송 도중 염분이 강한 바닷바람 등 영향으로 녹이 스는 부식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흔들리는 배 안에서 흠집이 날 수도 있어 통상 PDI센터에서는 결함 점검과 함께 흠집 제거, 재도색, 세차와 건조 작업 등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2014년 1월부터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제 8조 2에 의거하면, ‘자동차 제작·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작사의 공장 제작일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법으로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고 전 차량점검 공정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고지의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업체 측은 PDI센터에서의 일련의 수리과정에 대해 일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요청이 있을 시에 개별 공개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장, 흠집 등 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고, 관련 세부 규정이 허술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수리작업에 대한 이력을 업체 측이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강혁 씨는 “처음부터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고지 또는 내용 설명이라도 한번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 차를 제값 주고 사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수리내역을 무고지하면 벌금 100만 원인데 딜러사는 그 벌금 내고도 판매수익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오히려 더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소비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소비자가 밥이다”고 토로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도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운송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모든 수입차가 PDI센터에서 수리받는다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