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씨는 다른 직장을 갖고 있지만 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힘없는 약자 편에 서기 위해 봉사해왔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15년에는 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도 받았다”고 말했다. B 씨 부부와 C 씨는 SNS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됐다. B씨 부부의 사정을 접한 C 씨는 이후 그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C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개인 시간을 투자하고 사비를 들여가며 사건 단서가 있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들은 긴 시간을 함께하며 인간적 정도 쌓아갔다. C 씨는 “가족처럼 각별하게 지내다보니 B 씨와는 ‘형부-처제’로, B 씨 아내와는 ‘언니-동생’하는 사이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B 씨의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였다. B 씨와 C 씨는 지난 3월 자신들의 일부 성과를 기념하는 조촐한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는 함께 일을 돕던 D 씨도 동석했다.
성폭행 피해 상담사가 고소하겠다고 하자 가해자 측에서 사죄를 시작하는 대화를 보내기도 했다. SNS 캡처.
술자리를 마무리하며 대리기사를 부른 이들은 B 씨의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집이 서울인 D 씨는 KTX를 타고 서울로 귀가하기 위해 부산역에서 내리며 B 씨에게 “취한 C 씨를 잘 데려다 달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B 씨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는 게 C 씨의 주장이다.
B 씨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술에 취해있는 C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모텔로 자리를 옮겨 2차 범행까지 저질렀다. 이후 B 씨는 C 씨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줬다. 이 과정에서도 C 씨 측은 “B 씨가 ‘토요일에 준비해서 만나자’고 했다”며 “3차 범행을 계획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차 범행이 일어난 장소가 A 선수가 생전에 이용하던 자동차였던 것이다. B 씨는 그동안의 법적 문제로 아들이 타던 자동차를 처분하지 않고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형부라고 부르던 B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C 씨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쉽게 신고나 고소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가족처럼 지냈던 관계 때문에 갈등했다. 이전부터 그를 돕던 일도 있어서 망설였다”며 “처음엔 진심어린 사죄만 있다면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망설이던 C 씨는 D 씨에게만큼은 귀가하자마자 그 사실을 알렸다. 같은 자리에 있었고 이들의 관계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이후 B 씨 아내와 D 씨는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가 됐다. D 씨는 “처음엔 B 씨 아내가 남편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수사기관에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잘못했다’며 사과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B 씨 아내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B 씨의 아내가 SNS에 올린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 그는 성폭행으로 피소됐다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남자 배우의 기사를 함께 올렸다.
C 씨는 고소시기를 두고도 망설였다. 그는 “처벌을 마음먹었지만 당시 그들 가족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 고민했다. 누군가는 한심하게 볼 수도 있지만 가족처럼 지냈던 B 씨 부부와 죽은 그의 아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C 씨는 지난 5월 9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7일 경찰은 B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사건에 대해 할 말은 없다. 검찰 조사가 예정돼 있는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B 씨의 아내는 성폭행 이후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SNS를 통해 간간이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C 씨는 현재까지 성폭행으로 인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가해자에게 당했던 상황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 맨 정신으로는 견디기가 힘들다. 이로 인해 평생직장도 잃었다”며 “우울증, 대인기피증, 분노조절장애,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실제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