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를 강타했다.
마린시티는 당초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사용될 요트경기장을 조성할 목적으로 매립됐다. 당시 시공을 맡은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은 공사대금 대신 부산시로부터 땅을 받았다.
이후 두 건설사는 2004년 특혜성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당초 계획된 상업시설과는 달리 7000세대에 가까운 주거시설을 짓는다. 이 건물들이 바로 현재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위브더제니스’와 ‘아이파크’다.
이 건물들의 건설 과정에서 해안 경계지역까지 주거지로 포함됐다. 이 바람에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말았다. 때문에 안 그래도 높은 파도나 해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해변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매번 똑같은 피해와 위험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해운대구청은 해일이나 월파 피해를 예방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마린시티 앞바다를 매립하려 들고 있다. 게다가 이번엔 그곳에 유원지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매미’에 이어 태풍 ‘차바’가 내습하자 파도로 유발되는 피해에 대한 그동안의 우려가 완벽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이젠 무분별한 해안 개발을 중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땅은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팔아먹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린시티 주민들이 감수해야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했다”면서 “지난 시기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 규명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공유수면을 매립해 땅장사를 하겠다는 부산시와 해운대구의 계획을 가만히 두고 봐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