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청룡영화상 스페셜 이벤트로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는 배용준. 최고의 스타가 된 그도 힘든 시절을 겪었다고 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한류열풍’이라는 유행어를 처음 만들어낸 한류 톱스타 배용준.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한 이유는 그가 인기와 연기면에서 모두 진정 한국의 ‘대표배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른셋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는 배용준에게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할 것이다. 지나온 그의 삶과 연기세계를 통해 배용준, 이 배우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부드러운 미소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유진을 잡아주던 따스한 손길.
<겨울연가>의 강준상은 배용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캐릭터였다. 준상은 곧 배용준이었고, 배용준은 준상을 만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이미지를 발견했다. 일본에서 ‘욘사마’란 특별한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겨울연가> 때문.
<겨울연가>는 배용준이 데뷔 8년 만에 찍은 열 번째 드라마이다. 그러나 ‘배용준표 미소’가 빛을 발한 건 지난 95년 <젊은이의 양지> 때부터다. 당시 배용준은 풋풋한 미소를 지닌 대학생으로 등장해 주연이던 이종원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겨울연가>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환한 미소는 이미 오래전부터 배용준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한계였다. 그의 변신은 어쩌면 자신의 미소를 뒤로하고,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그 목표점이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배용준은 데뷔 후 줄곧 드라마에서만 연기를 보여 왔다. <젊은이의 양지>외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첫사랑> <맨발의 청춘> <호텔리어> 등이 대표작.
▲ 엄청난 근육을 키워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낸 배용준의 화보집 사진. | ||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그는 2년여 만에 <호텔리어>로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다. 송윤아와 호흡을 맞췄던 이 드라마에서 그는 지적이면서도 부드러운 M&A 전문가로 등장해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후 <첫사랑>의 최지우와 5년 만에 다시 만나 <겨울연가>의 ‘신화’를 이뤄낸다.
1972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난 배용준은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장난감을 손에 쥐면 분해하기 일쑤였고, 한번은 여동생 코에 콩이 몇 개나 들어갈지 궁금해 정말로 콩을 넣었다가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고. 중학교 때는 짝사랑 때문에 첫사랑의 열병도 겪었다.
그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배용준 자신도 “고등학교 시절은 반항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모범적이었던 중학교 때와는 정반대의 사춘기를 보냈다고 한다. 이미 고등학교 때 운전면허를 따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고. 당시 공부를 멀리했던 배용준은 결국 연이어 두 번이나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방황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배용준이 본격적으로 배우가 될 결심을 품은 것은 이때부터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배용준은 오디션을 통해 지난 94년 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데뷔했다. 그러나 그 전 영화사에서 벽보를 붙이거나 허드렛일을 돕는 일부터 발을 들였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그가 당시를 회상한 말이다.
“처음에는 (영화사) 사무실에서 심부름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처음 야외촬영을 나가게 됐어요. 저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처음 볼 수 있겠구나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촬영장으로 들어오는 차를 막아야 했거든요. 가끔은 극장 앞에서 선전도 했어요. 그때가 데뷔하기 2년 전이었는데 한 8개월쯤 그 생활을 했습니다.”
▲ 1.1994년 데뷔작 <사랑의 인사>, 2.1995년 <젊은이의 양지>, 3.1999년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4.2002년 <겨울연가>, 5.2003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 ||
2003년 데뷔 9년 만에 첫 영화를 찍은 것도 배용준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주변인들은 그의 이 같은 성격에 대해 “신중하기 때문에 성공했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라는 평을 내리기도 한다.
<겨울연가>의 폭발적인 성공 뒤, 첫 번째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선택하면서 배용준은 이미지 변신을 하게 된다. 영화 속 캐릭터 ‘조원’이 조선 최고의 바람둥이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배용준은 미소가 아닌 몸을 보여줌으로써 ‘준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했다. 처음으로 안경을 벗고, 환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지 않는 배용준의 또 다른 모습은 준상으로 기억되던 배용준을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통해 공개된 배용준의 몸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가 첫 베드신을 앞두고 하드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트레이너 임종필씨 또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얼마 전 화보집을 내면서 또 한 번 변신한 배용준의 몸도 임씨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임씨가 밝힌 특별 비법에 따르면 배용준은 불필요한 지방을 태우고 탄수화물과 단백질만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식이요법으로 체중조절에 성공했는데 이는 전문 보디빌더들도 고통스러워서 잘 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당시 배용준은 멋진 등근육을 보여주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털어놓기도 했다.
“베드신을 보면 남자의 등이 주로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등 근육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그래서인지 배용준은 <스캔들>에서 베드신이 생각보다 많이 편집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베드신 촬영장에는 여자 스태프들만 남아 뜨거운 눈길을 보내 배용준은 “한번은 너무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려 ‘여자들은 다 나가달라’고 장난삼아 소리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배용준도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는 운동과 낚시를 취미로 즐기고 있다. 그의 자동차 트렁크 안에는 항상 소설책과 라디오, 소주, 침낭이 꾸려져 있다고 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훌쩍 낚시를 떠나기 위해서다.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 배용준은 지금 두번째 영화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아내와 우연히 만나 묘한 감정을 나누는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복잡다단한 심리물에 도전하는 그가 이 작품으로 배용준 신드롬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가 ‘가족’이라 표현하는 팬들 모두 새 작품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