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사진=KT 홈페이지
지난해 10월 KT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11억 원, 7억 원을 두 재단 설립 전후 출연했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27일 설립 등기를 신청해 불과 6시간여 만에 등기가 됐고, KT의 출연 결정은 이를 전후해 이뤄졌다. 문제는 KT 이사회 규정 제8조 부의사항 14항에 ‘10억 원 이상의 출연 또는 기부’ 시 반드시 이사회에 안건을 보고하고 개최해 결의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두 재단 출연 과정에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KT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이사회 활동보고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미르재단 설립 전후 KT는 7월 3일 10차 회의, 10월 29일 11차 회의, 12월 10일 12차 회의를 열었지만 미르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결의한 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두 단체는 황창규 회장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회사 돈을 미르재단 등에 불법 제공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 이민석 변호사는 “KT의 출연금 제공 당시 미르와 K스포츠는 실체가 불분명한 상태였다”며 “황창규 회장은 재무구조 악화로 회사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미르재단 등에 출연금을 제공해 배임 횡령 혐의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일곤 KT새노조 사무국장은 “KT 이사회가 정상적인 방식의 출연을 결정할 때는 이사회에 안건 보고와 결의 여부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황창규 회장이 미르재단 등에 출연 건과 관련, KT이사회에 보고를 하고 이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의문스럽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에서 이 부분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전경련의 요청에 따라 KT 이사회가 미르재단 등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 출연과 관련한 내부 프로세스를 거쳤고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출연금 제공을 결정했는지 여부를 세세히 꼭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지난해 12월 열린 당사 12차 이사회에서 결의된 ‘후원금 결의안’이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출연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KT새노조는 당시 ‘후원금 출연안’은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전혀 다른 재단에 관련된 사안으로 미르재단 등과 무관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반박했다. 미르재단 등은 소관부처가 미래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10월 미르재단에 출연해 놓고 두 달 후인 12월에 관련 이사회를 열었다는 KT의 해명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기업 출연금 모금을 독려했으며 청와대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획과 주도로 이뤄졌다고 강변하고 있다.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이 부 회장이 미르재단 등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횡령에 의한 기업 재산 약탈을 모의한 공동 정범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