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사시폐지에 대한 이번 헌재 합헌 결정을 예상했나.
“솔직히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아마도 헌재가 만약 사시폐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보다 훨씬 빨리 선고했을 것이다. 헌재는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19대 국회에서 사시존치에 대한 여러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나.”
―헌재가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것인가.
“헌재는 대법원과는 다르다. 일종의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어떻게 보면 헌재는 되도록 해당 문제를 정치권 안에서 해결하도록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19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결국 해결을 못했다. 헌법소원이 들어온 게 2012년이었다. 벌써 4년이 흐른 셈이다. 더 늦출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이번에 선고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5:4였다. 어느 한 의견이 우위를 점한 것이 아니었다. 논란의 여지가 계속될 것 같은데.
“그렇다. 말 그대로 박빙이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4명이 위헌 판결을 했다. 이는 산술적으로도 44%에 해당한다. 지난 국가보안법이나 간통법의 헌재 결정과 비교해 봤을 때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소수의견이라고 하기도 뭐한 숫자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과 별개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개선 가능성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로스쿨 일부에서 지적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정했다.
“쉽게 말해 위헌 의견을 낸 네 명이 지적한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현 시점에서 확대가 된다면 소수의견(재판관 9명 중 4명을 지칭)이 언제든 다수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결국은 로스쿨 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지적되고 있는 로스쿨의 문제점 중 대표적인 사례는 입학 과정의 투명성 문제, 학사관리 개선문제, 장학금 제도 확대 등이다. 현재 이를 다루는 교육부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여러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일단은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수년간 지적되어온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개선될지는 상당히 의문이 든다. 설령 로스쿨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완전한 무결점 제도로 안착한다고 하더라도 불편한 부분은 여전히 있다.”
―무엇인가.
“꼭 로스쿨을 나와야 법조인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일본의 경우 예비시험 제도가 존재하고 로스쿨이 태생이라고 하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조차 (로스쿨 수료가 아닌) 최소한의 예외적인 통로는 마련돼 있다. 왜 굳이 대한민국만 (별도의 통로를) 꽉 막아놨을까. 이에 대한 반박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판·검사 등 공직의 경우 논란은 심각할 수 있다. 로스쿨을 나오지 못하면 공직인 판·검사가 될 수 없는지. 우리 사회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내년에 폐지되는 사법시험과 별개로 (로스쿨을 제외하고) 법조인이 되는 최소한의 통로는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헌재 선고 결과가 5:4였다. 최소한 4명의 의견은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헌재 결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 최소한 법조인 통로 중 5~10%는 마련되어야 한다. 굳이 사법시험이란 명칭을 안 써도 된다. 명칭은 붙이기 나름이다. 학위 취득 과정에서도 일반적으로 학교를 수료하는 것 외에도 독학사나 검정고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나. 이런 제도 자체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최소한 이러한 별도의 시스템은 남겨 둬야 헌재 취지에 맞다고 본다. 또한 판·검사 공직을 뽑는데 대학의 자치권에 모든 것을 양보한다는 게 반드시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한규 회장은 대선 후보들에게 사시 제도와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을 주문했다. 지난 7월 9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뒤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관계자들이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있다. 연합뉴스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세습’ 문제인데.
“국회의원 자녀들은 물론 정말 뻔뻔하게 자기가 교수로 재직 중인 로스쿨에 자기 아들을 입학시키고 자기가 직접 강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소수겠지만,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작 다수의 선량한 로스쿨 변호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정말 금수저가 아닌 저처럼 빚내서 공부하는 로스쿨 변호사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문제다.”
―변호사 업계 내부에서조차 중견 로펌이나 그에 준하는 중견 변호사들은 사시존치에 소극적이라고 들었다.
“(로스쿨을 통한) 이만한 가업승계가 어디 있나. 특히 자리 잡은 로펌의 대표 변호사들 중에서는 자신의 자녀에게 의뢰인들까지 고스란히 넘긴다. 정말 다 양보해도 ‘직업선택의 자유’ 측면에서라도 최소한의 통로는 열어놔야 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은 결국 별 다른 논의 없이 계류됐다. 20대 국회에서 정치권의 협조 문제는.
“현재 김학용 의원(새누리당) 등 몇 명이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아무리 헌재에서 사시폐지가 합헌이라고 해도 의회에서 별도의 입법 발의를 통해 ‘통로’를 마련한다면 그것은 위헌이 아니다. 내년 대선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이와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법개혁 문제는 중요하다. 대선 후보라면 5000만 국민을 상대로 사법제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