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기조인 창조경제에 발맞춰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혁신센터)에 수백억 원을 투자한 10대 기업 관계자들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마다 방문해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청와대 제공
혁신센터 설립과 운영은 박근혜 정부의 중점사업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의 혁신센터 개소식이 열리는 곳마다 직접 방문할 정도로 큰 애착을 보여왔다.
최근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와 이어지면서 혁신센터에 대한 비난마저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혁신센터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혁신센터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VIP가 개소식마다 참석해 펀드 조성을 강조했다”며 “기업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준조세 성격이다”라고 성토했다.
혁신센터 설립 과정과 운영 실태에 대해서는 사업추진 초기부터 뒷말이 적지 않았다. 특히 미르·K스포츠 재단의 경우가 마찬가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도해 기업들을 동원하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센터는 원래 민간과 정부기관이 힘을 모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혁신센터는 현재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민관추진단) 산하에 18개 센터를 두고 있다. 민관추진단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이 민간 대표로, 조봉환 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이 관 대표로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공동 단장을 맡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 부회장을 민관추진단 단장으로 올린 것은 윗선의 뜻을 기업에 전할 창구가 필요해서다”라고 단언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이 민간 대표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혁신센터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9개 도와 6개 광역시에 각각 1개씩 설치돼 있으며 세종시와 포항시에 1개씩, 모두 18개가 설립돼 있다. 이들 혁신센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16개 대기업이 상호 협업하는 일 대 일 전담지원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1개 기업이 1개 센터를 맡는 ‘매칭’뿐 아니라 센터별로 주력사업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예외적으로 삼성이 대구와 경북을, SK가 대전과 세종을 각각 2개씩 맡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대전과 세종을 맡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기업의 지역별 매칭을 담당한 전경련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각 지역별 센터와 대기업을 ‘매칭’한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전담 대기업과 지역 센터의 특성이 서로 아무런 관련 없이 배정된 곳도 있다. 예컨대 농수산식품 분야를 담당하는 전남센터를 농업과 무관한 GS그룹이 맡고 있다. 전남센터 관계자는 “농수산식품의 경우 비록 GS가 전문기업은 아니지만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여기서도 구설에 오른다. 각 시도에 설립돼 있는 혁신센터에 대기업들을 연결시키는 일을 주도한 곳이 전경련이기 때문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마치 프로스포츠(야구·축구) 연고지에 맞춰 지역을 할당했다는 비아냥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표적으로 부산지역센터는 롯데가, 대구지역은 삼성이, 충남지역은 한화가 맡고 있다.
각 지역 센터를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전경련에서 하나씩 할당해줬다”며 “비록 협의 과정을 짧게 거치기는 했지만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참여 기업들은 “회장님 연고지역이나 기업의 창립지역을 (전경련이) 할당해줘 받아들였다”고 입을 모았다. 재계 한 임원은 “지역별로 센터를 18개나 만드는데 기업들이 일사분란하게 하나씩 매칭됐다”라며 “잡음 하나 없었던 것은 관에서 할당해주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별 지역 매칭을 담당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강제적 할당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