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황 교수의 ‘정계 인맥’은 여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중에서도 대권주자로 불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황 교수와 이들 두 유력 정치인은 모두 서울대학교 72학번 동기로서 ‘마당’(서울대 72학번 운동권 모임)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지난해 총선 전 황 교수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 한 장본인이다. 실제 당시 황 교수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내정된 단계였다고 한다. 하지만 학계에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황 교수도 고사했고, 정 장관도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정 장관은 그때 그 일에 대한 후일담으로 “당시 우리의 마음이 순수했던 것만큼은 이해해달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총리와 황 교수의 인연은 더 오래됐다. 황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이미 이 총리는 서울대 학생운동권의 스타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로를 잘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지난 DJ정권 시절 이 총리가 교육부 장관을 하면서 추진한 ‘BK21’(두뇌한국21)사업으로 더욱 절친해졌다. 현재도 이 총리는 간혹 황 교수를 총리 공관으로 불러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이외에도 오명 과기부 장관,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어 참여정부 출범 이후부터 심심찮게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특히 오 장관에 대해 품고 있는 존경의 마음은 각별하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우리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나는 <사이언스>지와 한 (엠바고) 약속 때문에 대통령 내외에게만 연구결과를 알리고 수행했던 과기부 장관에게는 실험실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서는 나의 이런 태도가 심히 불쾌할 수도 있었다.
얼마 후 나는 오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 장관에게만 연구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하자 오 장관은 조금도 불쾌한 기색 없이 “그렇다면 나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비밀 지키는 거, 그거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권위적인 사람이었다면 그걸 나한테 이제 얘기하느냐고 화를 낼 수도 있었는데 그 순간 그분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지난해 초 정 장관이 황 교수를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끌어들이려 하자 누구보다도 나서서 말린 이도 바로 오 장관이었다고 한다. 오 장관이 “그 사람은 생명공학을 위해 세계적인 연구를 해야 할 사람인데 정치권에 끌어들이면 큰일 난다”며 극구 만류했다는 것.
이외에도 황 교수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심대평 충남도지사와도 각별한 정을 나누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박 대표의 동생 지만씨 결혼식에도 직접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심 도지사를 ‘가장 존경하는 고등학교 선배’라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별한 연고가 없지만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에게는 1백만원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김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연구회 회장이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튼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권주자들과 두루두루 폭넓은 친분을 쌓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