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이관순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한미약품 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임상연구 부작용 사망 사례 등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요신문] 늑장공시로 논란이 된 한미약품의 부당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미약품은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11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9월 30일 늑장 공시로 시장질서를 교란하여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한미약품이 소속된 한미사이언스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유용 행태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그룹은 7개의 국내계열사와 3개의 해외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공정위 지정 대규모기업집단이 아니므로 계열사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2015년 12월말 기준 국내계열사의 합산 자산총액은 약 3.3조원이며, 지배주주는 임성기 회장으로 우량한 비기업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그룹의 경우 한미아이티와 한미메디케어는 일감몰아주기 사례에 해당하며, 한미메디케어와 온라인팜의 경우 회사기회유용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2005년 4월 설립된 한미아이티는 의료용품 및 의료기기판매업, 시스템 통합 용역서비스업, 전산 주변기기 및 하드웨어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임성기 회장의 자녀인 임종윤, 임종훈, 임주현이 100% 지분을 보유(각각 34%, 36%, 21% 보유, 나머지 9%는 자기주식)한 사실상의 개인회사이다.
한미아이티의 총매출액 중 관계회사에 대한 매출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관계사 매출의 상당 부분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것으로 총수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그룹차원의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미메디케어는 임종윤(임성기의 장남)이 5.38%의 지분(특수관계인과 합하여 10.8%)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아이티가 82.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한미약품이 늑장공시에 이어 재벌식 일감몰아주기까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일요신문DB
더욱이 한미메디케어는 총수일가가 직간접적으로 93.35%의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총매출액 중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2010년 60%에 달하고, 2015년 그 비중이 35.30%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계열사와의 거래비중이 30% 이상인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총수일가의 한미메디케어에 대한 직접 지분이 10.8%에 불과해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간접지분에 대해서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어 문제시될 소지가 크다.
의약품 도매업인 온라인팜은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한미아이티 25%, 한미사이언스가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기준 회사의 총자산 2,371억원, 총부채 2,348억원이고, 총부채 중 매입채무 등이 2,123억원이며 이중 한미약품에 대한 것이 1,980억원이다.
회사의 매출 중 관계회사에 대한 매출은 매우 적은 수준이나 매출원가 대부분은 관계회사로부터의 매입이며, 그 대부분이 한미약품이다. 결국 회사는 한미약품으로부터 대부분의 제품을 매입하고 있으나 매입대금의 상당 수준은 미지급상태이며, 한미약품으로부터 매입한 제품을 외부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팜은 회사기회유용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행위들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현재 한미사이언스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업집단인 바,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의 사익편취금지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재벌행태를 취하면서 처벌은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집단 기준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일감몰아주기와 공시의무 규정은 법 개정을 통해 5조원으로 환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상당수 대기업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채이배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실제 시장에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대상 총수일가의 범위를 대규모기업집단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에 법 개정이 어렵다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장회사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는 것이므로, 상장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