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 <제5공화국> 속 인물들. 왼쪽부터 허삼수(차광수 분), 허화평(이진우 분), 전두환(이덕화 분), 노태우(서인석 분), 장세동(홍학표 분), 이학봉(이재용 분). | ||
허화평 전 보안사 비서실장
요즘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전두환 대통령 다음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사람은 단연 허화평 전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다. 그는 포항고를 졸업하고 61년 육사 17기를 수료했다. 그 뒤 9사단 대대장 등을 거친 뒤 보안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다 준장으로 예편했다. 그는 5공이 들어서고 82년까지 대통령 비서실 보좌관으로 재임했고, 그 뒤 83년까지는 대통령 정무 제1수석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최고의 실세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장영자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허화평 전 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선 ‘떠밀려 나갔느냐’고 물어보는데 그 질문이 가장 아프다. 여러 가지 상황을 다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일을 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내가 떠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을 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배경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지만 미국 유학에 외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허 전 비서실장은 5공이 끝나고 몇 개월 뒤인 지난 88년 5월 귀국했다. 그리고 곧바로 현대사회연구소를 개설, 한국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92년 14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민자당에 입당하게 된다. 하지만 96년 초 5·18 특별법에 따라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등과 함께 구속돼 옥고를 치르게 된다. 당시 그는 김영삼 정권의 구속에 반발해 15대 총선에서 옥중 출마한 뒤 극적으로 당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민국당 등을 거친 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17년 동안 운영해오던 현대사회연구소를 미래한국재단으로 확대 개편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허 전 실장은 5공 평가에 대해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다.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고 경제발전을 이끌어 중산층을 처음 생기게 했다. 그리고 이런 물적 토대 위에서 민주화가 진전된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5공의 정체성을 그렇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허 전 비서실장은 “<제5공화국> 드라마는 자주 보는데 완전히 날조된 부분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제5공화국>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자신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분은 나와 갈등을 느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그럴 때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노태우 당시 보안사령관을 2인자로 의식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활동한다고 꼭 정치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재단 일에 전념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현재 이념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 (왼쪽부터)허화평, 허삼수, 이학봉, 허문도, 강창성. | ||
허삼수 전 보안사 인사처장
허삼수 전 보안사 인사처장도 전두환 정권의 숨은 실력자였다. 그는 부산고를 졸업했고 허화평 전 실장과 육사 17기 동기생이다. 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2년 동안 대통령 사정수석비서관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도 허 전 실장과 같이 해외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는 미국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연구원과 일본 교토대 객원교수 등으로 지내다가 87년에 귀국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88년 총선에서 부산동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노무현 변호사에게 패배를 당한다. 그러다가 92년 총선에서 노무현 의원을 물리치고 허 전 실장과 함께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5·18 특별법에 따라 96년 구속 수감된다. 허 전 처장은 그 뒤 일체의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허 전 처장은 부산의 한 장애인 단체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올해 초 사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허 전 처장에 대해 “97년 출감한 뒤 허 이사장은 일체의 공직에 나서지 않고 오로지 장애인 단체 일만 했다. 우리 단체 외에도 큰 장애인 단체 두세 곳의 고문직을 같이 맡고 있었다. 올해 초 그만둔 이유는 올해 칠순인 데다가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사임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허 전 처장이 정치권을 떠난 뒤 장애인 관련 단체 활동에만 매달리는 것에 대해 “그분 아버지가 부산의 3부두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항상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얘기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올해 초 이사장을 그만두고 부산에는 일절 오지 않는다.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데 일부에서는 외국에 나갔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전 처장의 근황에 대해 다른 5공 관계자들도 “최근 몇 개월 사이 전혀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허 전 처장은 건강관리에는 아주 열심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허 이사장은 몸 관리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 세끼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 등도 빠지지 않고 해 건강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고 기억했다.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육사 18기를 수료했다. 그는 해외 방랑 생활을 했던 두 허씨와 달리 전두환 정권에서 오랫동안 요직에 있었다. 80년부터 86년 1월까지 청와대 비서실 민정수석으로 재임했고 그 뒤 88년 4월까지 안기부 제2차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노태우 정권 들어서도 민정당 공천을 받고 김해에서 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자당이 출범하면서 민주계의 견제에 걸려 탈당한 뒤 몇 개월 동안 무소속으로 활동했다. 이 전 처장은 그 뒤 일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 그냥 놀고 있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68세) 그냥 놀아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지난 96년 구속돼 2년 간 옥고를 치렀다. 그때 정치에 정말 염증을 느꼈다. 출감 뒤 정치 입문 기회도 있었는데 타의에 의해 정치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5공화국>을 매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드라마의 사실 왜곡이 심하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정말 작문을 짓고 있다. 나나 두 전직 대통령이나 주요 인물들은 그들의 성향이나 행동이 모두 공개돼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들이 어떤 인물인지 대충 알지 않겠나. 그런데도 우리 모두를 말도 안 되는 캐릭터로 설정해 버렸다. 어린애 같은 이야기들만 만들어 가지고… 그러니 시청률도 안 오르지 않느냐. 한마디로 수준 이하”라며 드라마를 혹평했다.
이 전 처장은 이어 “지금까지 MBC에 두어 번 항의를 했다. 그런데도 시정이 안 되니 법적 대응을 할지 현재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5공화국 주요 인사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모임을 가진다. 정기적 모임은 없지만 드라마 내용에 대해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