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 Nov. 2013’
[일요신문] 미얀마는 사진과 시의 창고입니다. 어딜 가도 원시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목가적이고 이색적이어서 한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잠깐 여행하며 찍은 사진도 좋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정착해 살며 포착한 사진은 좀 남다릅니다. 사진작가 김윤성의 사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는 20여 년을 미얀마를 오가며 사진을 찍은 작가입니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주해 살며 작업한 3년간의 사진이 제겐 더 마음에 다가옵니다. 오늘 소개하는 5편의 사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안경’
첫 사진 ‘Shan, Nov. 2013’은 미얀마에 사는 교민들이 잘 아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몇 해에 걸쳐 다니다 찍은 한 장의 사진입니다. 똑같은 풍경은 결코 나올 수 없기에 제목에 날짜가 있습니다. 캔버스가 된 샨주의 아름다운 밭. 하양과 빨강이 밭의 색감을 한층 살려냅니다. 하얀색은 메밀밭이고 노란색은 깨밭, 파란색은 양배추밭, 빨간색은 황토입니다. 황토는 물을 머금어야 이런 색깔을 내니 이 사진은 사연이 많습니다. 샨주 따웅지의 한 원로에게 이곳을 물어물어 가던 날. 밤새 폭우가 쏟아져 상심하며 아침에 깨어났는데 날씨가 거짓말처럼 화창했고 황토는 비를 머금고 바로 그 붉은 색깔을 띠었던 것입니다. 샨주의 11월은 축제가 열리는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숯장수’
다음은 ‘안경’입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스님입니다. 3년 전 남부 몰레먀인에서 3시간 거리의 벽촌을 지나다 잠깐 시장에 들렀습니다. 거기서 탁발을 하던 스님입니다. 깎은 머리 정수리에 경전을 새기고 있습니다. 사진 ‘숯장수’는 섬으로 가는 부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기 섬주민들은 항구에서 숯을 사가지고 갑니다. 불쏘시개용입니다. 그 부두에서 숯을 쪼개서 봉지에 담아 파는 인도계 청년. 노동의 댓가로 번 하루의 소득을 내려다봅니다.
‘나무의 기억’(위)과 ‘밭을 매는 처녀들’
‘나무의 기억’. 약 3000년 되었다는 고목 냥콕코. 삔데야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나무 아래 그와 미얀마 구석을 다니며 잠자리와 발이 되어준 캠핑카가 서있습니다. 기원전 나이테를 가진 저 나무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밭을 매는 처녀들’은 깔로 트레킹으로 유명한 깔로의 전원풍경입니다. 얘기 나누길 좋아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밭에서 일하면서도 나란히 서서 하네요. 작은 것에도 처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입니다.
오늘 그의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짙은 미얀마 풍경을 봅니다. 저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다리 시리즈, 나무 시리즈, 무늬 시리즈, 해변 시리즈. 바닷가 사진을 찍으며 그도 고향인 해운대 옆 기장의 바다를 생각했을까요. 그의 바닷가 사진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