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유지태 최민식과 함께. | ||
이런 그녀가 처음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1년 출연한 문승욱 감독의 <나비>부터. 강혜정은 그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가능성 있는 신인으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강혜정에게 곧바로 기회가 주어졌던 건 아니다. 그녀는 <올드보이>에서 박찬욱 감독과 다른 영화계 선배들을 만날 때까진 미완의 대기였다.
강혜정은 더 큰 사람들, 더 열정에 차 있는 사람들, 더 위대한 사람들을 보면서 더 많은 걸 뿜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데 그녀가 말하는 더 위대한 사람들은 대부분 <올드보이>를 전후해서 깊숙히 인연을 맺게 됐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이후 <쓰리 몬스터>까지 연이어 강혜정을 캐스팅하며 관심을 보였다. 박찬욱 감독의 마지막 복수 3부작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카메오로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에 이어 최민식에게서도 강혜정은 많은 걸 배웠다. <남극일기>에 잠시 출연하게 된 건 유지태, 최민식, 송강호와의 인연이 이어졌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강혜정은 스스로의 연기력을 입증하면서 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이 그녀를 불과 몇 년 사이에 부쩍 성장시킨 원동력이 된 것이 분명하다.
영화계에서 배우의 위치는 지금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누구와 함께 무엇을 보고 배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매니지먼트에 의해 관리되는 배우는 주변에서 그만큼 많은 걸 보고 흡수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강혜정은 몹시 행운아인 셈이다.
신기주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