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손자병법>에 담긴 노하우들은 인간의 본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폭넓게 응용 가능하다. 비단 전쟁뿐 아니라 정치, 비즈니스, 스포츠, 금융투자 등에서도 승리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현대에도 통하는 <손자병법>의 불패전략을 일본경제지 <니케이비즈>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지침을 찾는다고 말혔다. EPA/연합뉴스
요컨대 손자는 “싸움에서 승리와 패배 이외에도 ‘불패’라는 과정 혹은 결과가 있다”고 갈파했다. 예를 들어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끼리 점유율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하자. 서로 열심히 노력할 경우, 일진일퇴를 주고받으며 누가 이겼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손자는 이를 불패(不敗) 즉, 지지 않은 것으로 칭했다. 그리고 “불패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벌 못지않은 노력을 쏟아 붓는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승리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적군에게 달렸다. 만일 경쟁사가 경영교체에 실패해 내부가 만신창이가 되거나 비리를 저질러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면, 이는 경쟁사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빼앗을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손자는 “불패의 태세를 갖추고, 적의 실패를 놓치지 않는 것”을 싸움의 기본 법칙으로 삼았다. 적군이나 아군이나 얼마나 잘 태세를 갖추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인 셈이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전략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처음부터 승리를 지향한다. 둘째 불패를 유지하는 쪽이 유리하다. 셋째 불패를 지키면서 승리로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참고로 이 3가지 패턴에는 각각 특수한 상황이 존재한다.
우선 처음부터 승리를 지행해야 하는 케이스는 먼저 손을 쓰는 사람이 이기는 ‘선수필승(先手必勝)’과 선착순 상황이다. 가령 백화점 세일 첫날, 북새통인 가운데 불패를 지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좋은 상품을 남들에게 다 뺏기고 덩그러니 남겨질 뿐이다. 타이밍이 걸린 상황에서는 무조건 승리를 향해 돌진한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언급한 ‘지지 않는 전략, 불패를 유지하는 쪽이 유리한 상황’은 어떤 걸까. 대표적인 사례로 주위 환경이 가혹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이기려고 하면 오히려 탈락하기 쉬운 환경을 들 수 있다.
자동차경주 세계챔피언 알랭 프로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머신을 난폭하게 다루는 것도 하나의 드라이빙 스타일이다. 하지만 속도가 같을 경우 부드럽게 운전하는 선수에 비해 타이어, 기어박스, 엔진, 연비 등에서 부담이 커지는 건 틀림없다. 이는 한 시즌, 더 나아가 카레이서 인생 전체를 통틀어 살피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바꿔 말해 “포뮬러원(F1)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는 고장으로 인한 퇴장보다 불패를 지키는 편이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알랭 프로스트는 무모한 드라이빙 대신 최대한 경제적으로 머신을 몰았다. 그의 드라이빙은 언제나 부드럽고 정교했으며, 머신이 고장 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주행으로 그는 통산 51승을 기록했다. 슈마허가 등장하기 전까지 역대 최다 우승기록이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비슷한 성공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퇴직자가 많은 가혹한 조직에서 임원 자리는 결국, 뛰어난 성과도 실수도 없는 의외로 평범한 인물이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지막은 손자가 강조한 ‘불패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는 케이스다. 이것은 사실 승리와 불패 이외의 모든 상황이 포함된다. 승리와 불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경쟁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 선착순이나 가혹한 상황이라는 분명한 조건에 놓여 있을 때는 전자의 경우 처음부터 승리를 지향하고, 후자의 경우 불패를 지킨다는 전략이 적절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실은 경쟁 환경에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비즈니스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위기에 처해졌다가 기회를 잡기도 하고, 운 좋게 화를 면하기도 한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패하지 않는 카드로 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본의 한 펀드 매너저는 “‘지지 않는 범위의 전력을 갖춰 찬스가 오면 투자하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은 트레이더 세계에서도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예측을 잘못해 손해가 생기면 빨리 손절매를 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피하고, 지지 않는 불패 상태를 지키는 법이다. 그러고 나서 큰 기회가 포착되면 일대 승부를 걸어라.”
흥미로운 것은 보통 사람들의 심리가 반대로 되기 쉽다는 점이다. 가령, 프로 트레이더들 가운데 10번의 거래에서 7승 3패를 거둔 사람이라도 합계 금액은 참패인 경우가 있다. 이익은 작게 거두고, 손실에는 ‘만회할 수 있다’며 계속 집착한 탓이다. 반면 3승 7패일지라도 합계 금액이 엄청난 사람도 있다. 비록 작은 실수를 여러 번 했을지라도 큰 승리를 취한 덕분이다.
단지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승리로 얻은 이익이 손실액보다 적다면 그것은 실패다. 반면 겨우 세 번을 이기더라도 손실을 너끈히 만회했다면 진정한 전략가다. 이러한 <손자병법>의 가르침은 기업 경영 및 개인 처세술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성공 도식이라 하겠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소프트뱅크 손정의 ‘손자병법’ 실천사례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는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지침을 찾는다”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주간 다이아몬드>는 그가 손자병법을 어떻게 경영에 적용시키고 있는지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天·流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라] 손자병법에서 천(天)은 시간을 뜻하며,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재빨리 행동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 손정의 회장이 정보통신사업을 펼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七 [무모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손정의 회장은 70% 승산이 있는지 파악한 후 가망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情·略 [최대한 정보를 모아 병력을 집중한다] 철저한 정보수집으로 40개의 신규사업을 구상한 손정의 회장. 그러나 결코 산만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 성공비결은 자원을 하나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攻·守 [공격을 위한 수비를 중시] 온갖 리스크에 대비해 수비력을 갖춘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손정의 회장은 현금유동성(CF)이라는 수비력을 중시한다. 海 [싸움의 목적은 평화에 있다] 싸움의 종언은 전장이 평화로운 상태가 됐을 때다. 그러고 나서 패한 상대를 포용한다. 과연 손정의 회장은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이라는 ‘거인’을 바다처럼 삼킬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