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국무총리실 사무관으로 42세의 총리 JP를 모시며 관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명절 때마다 청구동 자택으로 인사를 다닐 정도로 JP와 깊은 인연을 맺었고 그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인연은 1995년 JP가 김영삼 대통령과 결별, 자민련을 만든 이후에도 이어졌다.
JP의 권유에 따라 17년에 걸친 관료 생활을 접은 심 지사는 자민련이 출범하던 1995년 자민련 총재인 JP의 특보로 정계에 진출하며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 해 7월 초대 민선 충남도지사에 당선되며 JP의 정치적 승리를 도왔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정치적 후계자와 스승의 관계를 넘어 자민련을 이끄는 실질적인 ‘동지’로 바뀌게 된다. 지난 2002년 당시 JP는 민선 충남지사 3선에 출마하는 심 지사를 “다음에 대통령도 훌륭히 해 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심 지사도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JP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민련을 지키며 이에 보답했다.
그러나 17대 총선의 패배와 JP의 정계은퇴로 심 지사는 제2의 정치인생을 선택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결국 심 지사가 선택한 길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JP가 떠난 자민련을 탈당,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었다.
발은 ‘충청권’에 두었으되 눈은 ‘전국’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이제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도로 자민련’으로 통칭되는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먼저 ‘JP를 극복하라’는 주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JP는 여전히 심 지사에게 ‘훈수’를 두려 하지만 어쩌면 심 지사는 JP를 뛰어넘어야 하는 ‘숙명’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