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공사가 임대주택사업을 위한 서민용 주거 매입 과정에서 언론인들의 청탁을 받고 부실 건물들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청 전경.
[일요신문] 그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광주시도시공사 원룸 매입 과정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도시공사가 서민들에게 싼 값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다가구주택과 원룸 등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전·현직 언론사 간부들의 부탁을 받고 부실 건물들을 사줬다는 소문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11일 매입 임대주택사업에 맞지 않는 건물을 매입해 공기업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광주도시공사 전 임원 A 씨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건물의 매도를 알선한 뒤 건물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광주 지역 일간지 전 대표 B 씨, 또 다른 지역 일간지 간부 C 씨, 브로커 D 씨 등 7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도시공사 전 임원 A 씨는 평소 알고 지내는 지역 언론사 전 대표 B 씨로부터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빌라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용으로 매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하 직원에게 매입을 지시했다. 해당 빌라는 과거 도시공사에 매입을 신청했지만 악취와 주차장 진출입 불편, 균열 등 열악한 주거여건으로 심사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A 씨의 지시로 선정심사위원회에서 규정에도 없는 가점 20점을 얻고 11억 6000만 원에 공사에 팔렸다.
빌라 소유주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지역 일간지 간부 C 씨에게 자신의 건물이 도시공사에 매도될 수 있도록 부탁하고 다시 C 씨는 일간지 전 대표 B 씨를 통해 도시공사 임원 A 씨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와 C 씨는 대가로 빌라 소유주에게서 4800만 원을 받아 나눠가졌다.
또 같은 고향 출신의 친분관계를 이용한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부적합한 건물을 매입한 사실도 적발됐다. 전직 기자 출신 브로커 D 씨도 광주 서구 양동 건물주에게서 900만 원을 받고 도시공사에 근무하는 고향 선배 등을 통해 7억 2000만 원에 건물이 매도되도록 도왔다. 이 건물도 과거 석축 붕괴위험, 경계 불분명 등 사유로 심사에서 떨어진 적 있지만 도시공사 측은 선정위원회를 형식적으로 개최 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몄다.
이뿐만 아니었다. 광주도시공사 직원들이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전에 탈락한 건물을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맞춤형임대주택 사업 담당 팀장과 담당직원들은 공고를 통한 건물주의 신청 접수, 현지 실사 및 선정심의위원회 개최 등의 규정을 무시하고 광주 광산구 신창동 건물 2채를 14억 6000만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공사 측이 부당하게 매입해 손해를 끼친 금액은 모두 33억 4000만 원에 달한다.
문제가 된 맞춤형 임대주택 사업은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도시공사는 서민들의 생활여건, 안전성, 교통편의 등을 고려하도록 매입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지 않고 부실한 건물들을 매입했고 이로 인해 해당 건물들의 평균 공실률이 지난 2015년 10월 기준 70%에 이르고 있어 졸속 운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재현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도시공사가 임대주택을 매입하면서 맞춤형 임대주택매입사업 목적에 맞는 양질의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는 등 매입임대주택 선정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났다”며 “이 사업 추진 중에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기인하거나 업무상 중대한 잘못으로 인한 부적절한 건물매입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