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러나 더 이상 반등은 없었다. 다음날인 12일 5만 1600원으로 주저앉은 주가는 13일에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증권업계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른 LG전자의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반사이익 규모는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를 줄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이 쓴 ‘컴퍼니 브리프’(10월 10일)를 보면 올해 LG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은 1조 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MC사업부의 영업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송 연구원은 MC사업부가 올 한 해 7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는 ▲TV 등을 생산하는 HE ▲냉장고·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H&A ▲자동차 전장부품을 만드는 VC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MC사업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MC사업부는 그룹 핵심 사업부(HE·H&A)가 올린 영업이익을 일부 까먹는 상황이다.
지난해 MC 사업부는 1196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55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 역시 6조 28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한 이동통신단말기(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4년 4.3%에서 지난해 3.1%, 올 상반기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지난 2월 출시한 LG전자의 야심작 ‘G5‘의 부진이 뼈아팠다.
LG프리미엄 대화면 스마트폰 ‘V20’. 연합뉴스
갤럭시노트7 단종이 결정된 지난 12일 LG전자는 G5의 출고가를 기존 83만 6000원에서 69만 9600원으로 내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G5 가격 인하와 갤럭시노트 7 단종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일각에선 G5 단말기 가격 인하가 신규 고객 유인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크리스마스 특수’ 등이 있는 매해 4분기가 최대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즉 경쟁업체의 주력 상품 생산 중단, 계절적 특수 등에 힘입어 LG전자의 올 4분기 실적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현재 LG전자의 MC사업 부문은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2014년 12월 위기에 빠진 MC사업부의 ‘구원투수’로 나선 조 사장은 LG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근무한 ‘기획통’이다. 1996년부터 이사대우를 받았고, 2002년에는 LG전자 전략담당 부사장에 오르면서 ‘샐러리맨 신화’를 거듭했다. LG그룹 최고운영책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낸 그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복심’으로도 불린다.
그가 2015년부터 MC사업부 운영을 맡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던 조 사장이었기에 내부적인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 올 상반기 출시한 G5 모두 시장의 전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디오와 카메라 성능이 대폭 향상된 V20은 하루 평균 6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문 사장
지난 14일부터 예약 판매를 받은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7’은 V20 흥행의 변수로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업계 일각에선 V20 출고가(89만 9800원)가 전작(V10)에 비해 다소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지만 LG전자 측은 단말기 성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V20 출고가를 10만 원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조 사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고 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더 이상 가격을 낮추면 마진이 남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요 생산 설비를 해외에 둔 삼성과 달리 LG는 평택에 ‘프리미엄 라인’이 있고 인건비 지출도 많은 편이다. 장기적으로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야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말 LG그룹은 임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다. 최대 화두는 현 4개 사업부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 중인 LG전자의 ’통합 CEO‘ 선임 여부다. 이 경우 MC사업부는 다른 사업부와 통합하거나 조 사장이 물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LG그룹 관계자는 “너무 이른 얘기”라며 선을 그었지만 인사 평가 전까지 별다른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은 들어오고 있지만 MC사업부가 ‘노’를 저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