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라인으로 분류되던 임종석 전 서울시 부시장(사진)을 최근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보좌관 말이다. 수차례 총·대선을 경험한 ‘전략통’인 그는 “함께 일했던 식구가 다른 줄로 갈아타면 걱정이 된다. 우리 캠프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위해 당장 조직을 꾸리려는 대권잠룡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당내 경선은 조직 싸움이다. ‘선수’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캠프로 가버리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최근 야권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임종석 전 서울시 부시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9월 26일 임 전 부시장을 만나 내년 대선에서 자신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임 전 부시장 본인 말고는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다. 캠프를 아직 꾸리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임 전 부시장은 대표적인 ‘박원순 라인’이다. 제16·17대 국회의원(성동을)을 지낸 그가 1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휩싸여 정치적 휴식기에 들어갔을 때 손을 내민 이가 박 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4년 임 전 부시장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직후 그를 서울시로 불러들였다. 임 전 부시장은 지난 4월 총선에 도전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관은 “임 전 부시장이 문 전 대표와 접촉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문 전 대표 쪽으로 넘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조직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의미가 크다. 임 전 부시장은 486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3기 의장 출신인데 여전히 전대협은 조직이 끈끈하다. 네트워크가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임 전 부시장이 더민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 시장을 향해 ‘칼’을 겨눌 경우 한때의 동지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장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 시장은 최근 원조 ‘박원순 키즈’를 불러들여 정무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박 시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하승창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 부시장은 2011년과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 선거운동을 총괄했다. 올해 1월경 임 전 부시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을 때 많은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박 시장은 결국 하 부시장을 선택했다.
그런데 하 부시장은 2012년 안철수 대선후보 진심캠프에서 대외협력실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안 전 대표를 대신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박 시장과 안 전 대표는 현재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올수록 두 사람이 서로 난타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의도 정치권이 ‘적진’을 경험한 하 부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까닭이다.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박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다. 하 부시장을 필두로 한 시민단체 출신들이 박 시장의 정책을 오랫동안 끌고 왔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사람들을 식구라고 생각하는 면이 강하다. 박 시장이 대선을 위해 공무원 조직을 움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서울시 정무라인은 향후 대선 캠프로 변할 것이다. 본선에서 박 시장이 안 전 대표와 경쟁할 경우 하 부시장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직자 역시 “문 전 대표에게 10만의 인터넷 권리당원이 있다면 박 시장에겐 1만의 시민사회 세력이 있다. 수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박 시장이 언제나 자신감을 갖는 배경”이라고 보탰다. 하 부시장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진심캠프에 몸담았던 박상혁 변호사 역시 서울시 정무보좌관으로 돌아왔다. ‘안철수 스타일’을 터득한 두 사람이 박 시장의 우군으로 돌아온 것이다.
18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지만 다른 잠룡을 택한 인사들도 있다. 문재인 캠프 출신 허영일 전 부대변인은 지난해 8월 자신의 SNS에 “김정은 위원장을 존경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허 전 부대변인은 당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6개월 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다 최근 야권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김부겸 더민주 의원 공보특보로 임명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허 전 부대변인 발언은 반어적인 표현이었을 뿐이다. 최근까지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던 인사를 공보특보로 임명한 것도 문제가 없다. 허 특보는 오래전부터 수차례 사석에서 ‘김 의원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돕고 싶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라고 전했다.
윤여준 환경부 전 장관은 여의도에서 손꼽히는 선거 전략가다. 윤 전 장관은 16대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책사를 맡았다. 비록 선거에서 패하긴 했지만 윤 전 장관의 기획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멘토’ 역할을 자임했던 윤 전 장관은 4월경 경기도의 개방형 직위에 응모해 화제를 모았다. 윤 전 장관은 남경필 경기지사로부터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지무크(G-MOOC)’ 추진단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상 단장으로 추대된 윤 전 장관은 “남 지사의 대권도전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가에서는 “안철수 진영이 허탈감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파다했다. 윤 전 장관이 차기 대선 주자로 남 지사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까닭에서다.
다른 더민주 당직자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윤 전 장관은 자신이 지닌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대권잠룡들을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수많은 사상가들이 있었다. 자기의 부국강병의 정책들을 가지고 열국의 제후들이나 왕들을 만나, 서로 통하면 자기 사상을 실현한다. 윤 전 장관이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많이 있었지만 지고 말았다. 이해찬·박지원 의원의 2선 후퇴가 수많은 패배 요인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은 당 선거판을 움켜쥐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킨 최고의 전략 전문가들이었지만 뒷방으로 물러났다. 대선은 총선과 급이 다르다. 전국단위의 대선을 경험해본 선수들이 희소가치가 크다. 선거판세를 읽어낼 수 있는 측근들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더민주 GT계, 박원순 시장 지지할까…‘우군 확보’ vs ‘부활 모색’ 이해 맞아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희망새물결’을 출범시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대권 행보로 풀이한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당내 계파인 ‘김근태계(GT계)’가 박 시장을 대권후보로 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GT계는 ‘민주화의 맏형’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따르는 인사들을 칭하는 말이다.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에 속한 이들은 당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민평련 좌장은 설훈 의원(4선)이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동고동락했던 인사들이 민평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민평련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선택하지 않았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지지해 경선판을 흔들었다. 2011년 김 전 의장이 세상을 떠난 뒤 민평련의 구심력이 잠시 약해졌지만 그 힘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이인영 우원식 등 민평련 주요 인사 19명이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조직의 뿌리가 단단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평련과 박 시장의 교감설이 꾸준히 회자하고 있다. 민평련은 8월 7일 국가정보원의 박 시장 사찰 의혹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흘 뒤 박 시장은 8월 10일 민평련 인사들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과 민평련 간 정치적 셈법에 주목한다. 당내 세력이 없는 박 시장으로선 민평련을 품어 우군을 확보하고, 민평련은 박 시장을 대권후보로 밀어 부활을 꿈꾼다는 것이다. ‘박원순 키즈’ 기동민 의원도 민평련 출신이다. 7월경 박 시장이 서울시로 불러들인 허영 서울시장 비서실장도 김 전 의장의 비서관이었다. 민평련 인사들은 범주류(친노·친문)에 가깝지만 언제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내 주요 계파다. 더민주 당직자는 “최근 GT계가 박 시장 쪽으로 몰리고 있다. GT계는 박 시장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더민주 안에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사실 이쪽에서 뭘 해보고 싶어도 자리가 없을뿐더리 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박 시장 쪽은 일단 자리가 많다”고 밝혔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