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럭키’포스터(왼)와 원작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 포스터.
영화 <럭키>는 목욕탕 키(key) 하나로 운명이 바뀐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날, 사건을 처리한 이후 목욕탕에 우연히 들른 킬러 형욱(유해진)은 그곳에서 비누를 밟는다. 넘어지며 머리를 다친 그는 과거의 기억을 깨끗이 잃는다. 그런 형욱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가 있다. 그는 무명배우 재성(이준)으로 인기도 없고, 삶의 의욕도 없어 죽음을 결심한 후 신변 정리를 위해 목욕탕에 들렀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형욱을 발견하고 형욱의 목욕탕 키를 자신의 것과 바꿔 도망치고 만다. 이후 형욱과 재성은 180도 뒤바뀐 삶을 살게 된다.
<럭키>는 우치다 켄지의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2)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원작 영화와의 비교가 뒤따른다. <럭키>는 목욕탕 열쇠로 인해 인기 없는 무명배우와 킬러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특히 주인공이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기억을 잃는 장면은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면으로, 이 ‘비누신’은 원작과 거의 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흡사하다.
<럭키> 이계벽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목욕탕 신의 경우 일부러 일본 원작과 똑같이 연출했다”며 “일종의 신호처럼 우치다 켄지 감독에게 ‘당신의 작품에서 이 목욕탕 신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그 장면만은 똑같이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럭키>는 다분히 ‘유해진 원톱 영화’라고 불릴 만큼 유해진이 연기한 형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면 원작 영화에서는 킬러 콘도(카가와 테루유키)와 무명배우 사쿠라이 타케시(사카이 마사도), 여주인공 미즈시마 카나에(히로스에 료코) 세 명의 분량이 비슷하게 분배됐다.
또 <럭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미나(조윤희), 은주(임지연) 두 명이지만 일본 원작 <열쇠 도둑의 방법>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한 명이다. 원작 여자주인공 미즈시마 카나에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살아가는 여성잡지 편집장으로 자신이 배우라 생각하는 킬러의 모습의 일상적인 모습에 반해 그를 사랑하게 된다. 반면 <럭키>에서는 목욕탕에서 넘어진 형욱을 구조하러 온 구급대원 미나가 그를 돌보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임지연이 연기한 은주 역은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이 밖에도 원작에선 킬러 콘도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데 클래식 음악이 주요소로 작용하지만, <럭키>에서는 함중아의 ‘그 사나이’를 편곡한 OST가 형욱의 기억을 되찾는 중요 열쇠가 된다. 원작과 기본적인 설정은 비슷하지만 인물 사이의 갈등, 전체 흐름, 결말 등 원작과 다른 요소가 충분해 <열쇠 도둑의 방법>을 이미 본 사람들이라도 <럭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