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추석 연휴 미국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전했다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메시지다. 정 원내대표는 JP의 메시지가 각색됐다, 혹은 지어냈다는 논란이 일자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JP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 보고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이 있었고 그때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한 정가 인사는 “JP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은 주변 상황을 찬찬히 살펴 판단을 마지막에 가서 내리는 것”이라며 JP스타일에 대해 열거했다. “목표지향이 아닌 JP는 정치 행로 중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았다. 철저히 상황론자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최종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그래서 대통령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것”이라는 게 요지. 그러니 “아직 여권의 대권 주자로 반 총장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리 없다”는 얘기였다.
9월 말 JP가 참석한 만찬 회동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JP는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서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라고 말했다는 것. 하지만 JP는 공개된 장소에서 절대 감정을 섞지 않은 건조체로 말하는 스타일이어서 그것에 화가 났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넘겨줄 만했다는 것인지 하는 뉘앙스를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당시 참석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 만찬 회동은 충청권 출신의 전직 국무위원급 모임으로 충청도(忠淸道)의 청(淸)과 마음 심(心) 자를 딴 청심회(충청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알려졌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에 JP와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없던 얘기를 지어서 다니는 놈이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10월 말 JP와 오찬 회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자리를 함께한다. 지난 8월 JP는 자신을 예방한 박지원 위원장에게 안 전 상임대표와의 냉면회동을 제안한 적도 있다. 이를 두고 한 정가 인사는 “JP가 이렇게 오랜 기간 정치권의 어른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절대 호불호를 내색하지 않고 모두를 받아주는 것에 있다”며 “탐탁잖아 하는 인사들이 자택을 방문해도, 자기를 따르는 무리가 수시로 들락거려도 늘 문을 열어놓는 JP가 유독 반 총장에게만 큰 호감을 비쳤을 리 만무하다”고 전했다.
설사 반 총장을 향한 JP의 메시지가 사실이라손 치더라도 정치9단 정치원로의 의중을 열린 공간에서 공개한 정 원내대표의 정무 감각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