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DB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10월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대비 2015년 수송 인원은 7.6% 증가한 반면 무임 인원은 15.2% 증가했다. 또 2015년 서울도시철도의 당기순손실 2710억 원 가운데 무임 손실이 46.5%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의 사회·경제 활동 확대 등으로 무임승차 이용이 매년 평균 13.1%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임승차 인원 가운데 매년 70% 이상이 노인인 만큼, 혜택을 받는 연령 기준을 올리고 할인 혜택도 전액 무료가 아닌 ‘반값 부담’으로 개선하자고 요청한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달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공익서비스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코레일과 지자체 도시철도 운영기관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뿐 아니라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과 2·3·4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메트로 또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무임수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무임승차 인원은 총 1억 5000만 명으로 그에 따른 손실은 1894억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1만 명이 무임승차를 하는 셈이다. 2021년엔 무임 수송 인원이 1억 7000만 명, 손실이 3293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도시 철도 운영기관 모두 경영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무임승차를 꼽고 있다. 정책을 정부에서 펼쳐놓고 지자체에서 감당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인데,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년 전부터 정부에 건의하며 활동해 왔고 전국적으로 움직임이 있는 상태다. 얘기되고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 개선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부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2015년 기준 노인의 무임 이용률은 전체 인원의 14.8%에 불과했다. “노인의 푼돈이 문제가 아니라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영업 손실은 총 3400억 원, 부채는 4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이자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임에도 임직원 성과급으로 총 874억 원이 지급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조 아무개 씨는 “곧 65세를 바라보는데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해주다가 갑자기 안 해주려고 하느냐. 줬다 뺏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힘든데 서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차 아무개 씨도 “노인들이 돈이 어디 있나. 60세가 지나면 다 퇴직하고 연금 못 받는 나 같은 사람은 어떡하나. 이제 무임으로 지하철 타고 마실 나가는 것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년인권협회 조정현 회장은 “원칙적으론 고령화 시대에 따라 70세로 상향 조정은 필요하다. 다만 현재 65세를 기다리고 있거나 현재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50% 본인 부담’에 대해서도 노인들의 이해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제도 개선 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노인 복지 근간을 바꿔야 한다. 철도 운영 기관 재정 악화는 방만한 경영 때문이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제도 개선안은 오는 12월 전국도시철도 운영기관장 회의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무임수송 비용 보전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등 법적인 대응방안도 전국도시철도운영기관 공동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측은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무임승차 지원은 시설의 운영주체가 자기 책임 하에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도시철도는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무임승차는 해당 지역주민의 복지와 관련된 사안으로 국비 지원할 경우 오히려 지하철이 없는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재철 의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경영악화로 인한 적자가 가중됨에 따라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청구를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무임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과 100% 무임 방식이 아닌 50% 부담으로 변경하는 방안은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