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창조경제박람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타운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청와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 성과가 과장되고 정권 치적용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거세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따르면 전국 창조센터에는 투자펀드 7614억 원·융자펀드 5650억 원·보증펀드 4120억 원 등 총 1조 7000억 원의 펀드가 조성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이 중 3219억 원은 창조센터가 출범하기 전 이미 조성돼 있던 것임에도 마치 창조센터를 통해 조성된 것처럼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미래부가 1175개의 창업기업과 1664개의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했다고 발표한 것 역시 과대 포장된 부분이 있다. 미래부가 제출한 센터별 창업보육기업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1102개 지원 기업 중 입주기업은 291개, 졸업기업 168개, 입주 외 기업은 643개로 나타났다. 입주기업은 지역 창조센터에 입주해 지원을 받는 기업을, 졸업기업은 창조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친 기업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래부는 1102개 기업 중 547개 기업(49.6%)의 연락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창조센터는 입주기업 20개 중 19개 기업의 연락처가 불명인 상황이다.
입주 외 기업 643개에 대한 통계·집계는 더욱 터무니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지역별 창조센터의 ‘입주 외 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을 대상으로 무작위 취재한 결과, 센터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기업이 상당수다. 미래부가 지원하지 않는 기업을 ‘입주 외 기업’으로 허위 기재한 셈이다.
미래부가 ‘상시 멘토링과 컨설팅’을 지원했다고 적시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수상만 했을 뿐 창조센터 지원을 받지 않았다”며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출시와 홍보를 지원했다고 적시된 한 기업 관계자는 “창조센터 지원은커녕 관련 프로그램조차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각 기업이 지원받은 내역은 지역센터로 문의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각 센터가 제출한 자료를 미래부가 취합했다”고 해명했다.
일반펀드 투자를 받기 힘든 스타트업에 창조센터의 투자펀드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창조센터 설립의 원래 취지 중 하나는 일반펀드 투자를 받기 힘든 유망한 스타트업 등을 지원하는 데 있다. 하지만 실제 창업기업에 대한 창조센터의 투자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가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창조센터에 조성된 투자펀드의 27.4%만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전체 조성 펀드 중 투자펀드 비율이 43%로 낮아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이중 실제 집행률이 27.4%에 그치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융자펀드와 보증펀드 역시 각각 21.2%, 19.5%만 운용되고 있다. 창조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투자 추천을 해도 최종 투자 결정은 운용사가 한다”며 “운용사 특성상 아무래도 수익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집행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창조센터의 운영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각 지역 창조센터의 센터장 중에는 해당 센터를 담당·지원하는 기업의 임원 출신이 많다. 센터장은 연봉 1억 400만 원에 별도 업무추진비로 300만~2400만 원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창조센터는 전체 업무추진비를 모두 센터장의 업무추진비로 책정해놨다. 이 때문에 센터의 실무책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 센터 관계자는 “기관 업무추진비를 센터장이 사용하는 것은 예산을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고용 창출의 모범을 보여야 할 창조센터가 실제로는 이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전국 각 창조센터의 234명 직원 중 108명이 비정규직으로, 전체 직원의 46.2%에 이른다.
정부가 각 지역의 창조센터는 지역 인재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창조센터의 지원이 대부분 지역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이뤄지는 것도 한계다. 한 지역 창조센터 관계자는 “청년창업을 도우면 좋겠지만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아쉽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센터 운영 의욕이 저하돼 그나마 있던 지원마저 끊길 우려가 제기된다. 애초에 정부가 구상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기업들을 동원한 터여서 정권 말기로 갈수록 한계가 짙어지는 것. 센터에 참여한 일부 기업은 정권이 바뀌면 창조센터가 사라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 (창조센터에 대한) 볼멘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어쨌든 좋은 의미로 시작했는데 정권이 바뀌면 헛일이 될까 걱정한다”고 전했다.
창조센터와 협업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 관계자는 “창조센터가 있어 1인 창업자들도 지원받을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며 “어떤 형태로든 창업기업과 청년 벤처기업을 돕는 지원이 계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어디에도 없다면서 어디에나 있는 ‘갹출’ 미래부와 전경련은 기업들이 창조센터에 자율적으로 동참했을 뿐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목 졸리고 눈치 보며 동참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재계 순위와 기업 규모에 따라 창조센터 펀드가 차등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별로 투자펀드 조성 규모를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우선 4대그룹이 조성한 각 센터별 투자펀드 규모를 보면 재계 1위 삼성이 대구·경북센터에 400억 원, 2위 현대차가 광주센터에 200억 원, 3위 SK가 대전·세종센터에 138억 원, 4위 LG가 충북센터에 200억 원을 조성했다. 5위 롯데는 부산센터에 200억 원을 조성했다. 기업별 투자펀드 조성 규모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한화와 두산, 효성이다. 한화는 충남센터에 무려 1200억 원의 투자펀드를 출자했다. 재계 8위 기업이 1위 삼성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을 출자한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린 두산은 4대그룹과 맞먹는 200억 원을 출자했다. 재계 20위권 밖인 효성은 4대그룹보다 많은 248억 원을 출자했다. 이밖에 GS 180억 원, 현대중공업 95억 원, KT 100억 원, 한진 100억 원, 네이버 100억 원 등을 출자했다. 재계 관계자는 “보통 재계 순위와 비례하는데, 삼성이 얼마 내는지 보고 (다른 기업들이) 들어간다”며 “오너 일가의 사면 등 정치권에 잘 보여야 하는 문제 등을 안고 있는 기업은 예외적으로 많이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알 수 없다고 지적돼온 ‘창조경제’의 정의에 대해 기업들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백 수천억 원을 출자했다는 것은 ‘자발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백주선 참여연대 금융경제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창조경제가 구체성 없이 하나의 슬로건으로 사용돼 정확한 의미를 (아직도) 알 수 없다”며 “우선 국가 경제지향점인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그 다음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 |